[한 달에 한 권씩] '기본'에 충실했던 기업, LG
[한 달에 한 권씩] '기본'에 충실했던 기업, LG
  • 자율바람
  • 승인 2019.07.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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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노경목, 고재연 'LG Way'

2017년 창립 70주년을 맞았던 LG그룹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기업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TV, 냉장고, 화장품, 치약, 세제에 이르기까지 LG 제품 하나쯤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이것은 LG가 1960년 이후 기업 규모 면에서 5위를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을 정도의 꾸준한 성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LG 성장의 비결은 다른 성공한 기업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많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LG 성공의 키워드로 ‘기본’이라는 단어를 꼽았다. 창업 초기부터 LG는 기초와 근본을 중시하는 경영원칙을 고집했다. 심지어 기업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이것이 바로 70년간 LG 성장을 견인했던 비결이자, ‘LG 웨이(LG way)’의 요체였던 것이다.

2004년에 LG는 홈쇼핑과 유통, 정유 사업을 계열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LG그룹과 GS그룹 간 계열분리가 이루어진 것이고, 구씨 집안과 허씨 집안 간 57년 동업도 끝이 났다. 지분 분할도 처음 락희화학을 세울 때(1947년) 허만정 공이 보탰던 자본금 35%를 감안하여 대략 65:35 정도로 결정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아름다운 이별’은 ‘인화‘(인간 사이의 화목)를 중시하는 LG의 기업문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분리된 GS그룹의 사업들은 소위 알짜 사업들이었다. 만약 ‘인화’의 원칙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알짜 사업을 GS그룹에 순순히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LG는 끝까지 ‘인화’의 ‘기본’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계열분리 이후 두 기업은 순조로운 성장을 했다. LG는 14년이 지난 2018년 자산규모가 2배 이상 늘었고, GS그룹의 자산은 5배 가까이 늘어났다.

1999년 1월 6일은 LG그룹 역사를 통틀어 가장 어두웠던 날 중 하나로 꼽힌다. 20년 이상 의욕적으로 키워온 반도체 사업을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에 넘기기로 결정한 날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재벌 그룹들의 사업 구조조정을 소위 ‘빅딜’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하고 있었다. LG는 화학, 삼성은 전자, 현대는 자동차에 주력한다는 목표 아래 반도체 산업도 ‘빅딜’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사실 LG는 반도체의 중요성을 국내 어떤 기업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고, 1979년 대한반도체를 인수한 이후 의욕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키워나가는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강제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후발 주자인 현대전자에 넘겨주게 되자 LG는 강하게 반발했다. LG반도체 사장이었던 구본준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달았다. 하지만 반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이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LG반도체의 경영권과 지분 100%를 현대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이후 LG전자는 주력을 반도체 사업에서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다. 반도체에 대한 LG의 상실감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공격적인 LCD 생산설비 증설, 최초의 TV용 OLED 제조 등 과감한 투자가 뒤따랐다. 이는 일본과 대만 등 경쟁자를 줄줄이 꺾고 LG디스플레이가 10년 이상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위기일수록 기술 개발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몇몇 사례 외에도 ‘기본’에 충실하려는 LG의 경영원칙 사례는 책의 여러 군데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원칙은 LG라는 기업이 존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LG는 지금도 그들만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정점에 서울 강서구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가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철학과 집념이 투영된 이 곳은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만이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기본‘ 정신의 총화라 할 수 있다. LG의 ‘기본’에 대한 집념이 없었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애플파크’ 규모의 4배에 달하고 2020년까지 총 4조원이 투입되는 이러한 대규모 연구개발 단지가 조성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LG의 ‘엘지 웨이’에 대한 집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집념의 향방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글/자율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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