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존재이유는 범죄와 무질서의 방지다" 석봉구 사천경찰서장
"경찰의 존재이유는 범죄와 무질서의 방지다" 석봉구 사천경찰서장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5.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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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출신...진주고등학교, 경찰대학교 졸업
사천경찰서는 첫 서장 부임지 "두렵고 설레"
부산서 형사생활. '정두영사건' 수사 맡기도
"평범과 평온이 곧 행복" 시민의 쓴소리 당부

75번째 사천경찰서 수장이 된 석봉구 서장은 경남 산청 출신이다. 진주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은 경찰대학교를 졸업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최고의 경찰 영화로 꼽는 만큼 그는 주말이면 반드시 영화 1편 이상을 보는 영화 애호가다. 석 서장은 과거 영화 <악인전>이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정두영 사건'을 맡기도 했는데, 당시 그의 곁에는 영화 <암수살인>의 실제 형사인 김치환 형사가 함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날 남일대 해수욕장에 온 것이 사천과 첫 인연이라고 말한 석 서장은 현재 고향과 가까운 곳에 서장으로서 처음 부임해와 매우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사천경찰서에서 그를 직접 만났다. 

석봉구 사천경찰서장은 산청 출신으로, 진주고등학교와 경찰대학교를 졸업했다. 사진=조현웅 기자.

▲제75대 사천경찰서장으로 취임한 걸 늦게나마 축하드린다. 취임 후 9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소감 한 말씀.

설렘도 있었지만 첫 서장 부임이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부담도 없진 않았다. 그래도 특별한 문제없이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 같긴 하다. 특히 사천 시민들의 체감안전도가 도내 1·2급 경찰서들 중 진주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이 그렇다. 남은 임기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면 좋겠다.

▲취임사에서 “치안의 요체는 주민의 안전”이라고 하셨다. 이 말을 포함한 경찰로서 서장님의 지론 및 철학이 있다면.

인간에겐 안전에 대한 욕구, 생존의 욕구가 가장 크다. 안전해야 행복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신고자의 마음 한켠을 들여다봐주는 것에서 모든 게 바뀔 수도 있다.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는 것보다 주민들의 놀란 가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저는 이걸 ‘마음 치안’ ‘심리 치안’이라 부른다. 그것은 주민안심치안, 주민기대치안, 범인심리치안, 직원존중의 마음치안을 포괄한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마음에서 나온다. 그리고 사건보단 사람이 먼저라는 사실도 경찰이라면 늘 염두에 둬야 하겠다. 작고 사소하게 보이는 정성 하나가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저는 믿는다.

▲임기동안 이것만은 꼭 바꾸겠다 혹은 도입해야겠다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부산 영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해 좋은 결과를 얻은 ‘안전속도 50/30’을 정착시키고 싶다. 사천에선 올해 1월21일부터 시작했는데, 아직은 삼천포 시내 권에만 적용한 상태다. 예산 확보 후 적용 지역을 더 넓혀야 한다고 본다. 과거 산업화 시대엔 ‘원활한’ 교통 확보에만 치중했지만 이젠 빨리 가되 ‘안전’을 더 챙기는 시대다. ‘50/30’이 정착되면 사람이 우선인 교통 체계가 잡힐뿐더러 보행자도 보호받을 것이다.

▲산청 출신인 걸로 안다. 고등학교는 진주고등학교, 대학은 경찰대학교를 나오셨다. 사천은 서장님께 어떤 곳인가.

고등학교 졸업 날 처음 남일대 해수욕장을 온 기억이 있다. 주로 부산에서 근무했는데 기회가 되면 경남에서 꼭 한 번 근무해보고 싶었다. 사천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있고 고향도 가까워 좋다. 무엇보다 처음 경찰서장직을 수행하는 곳이어서 저에겐 따로 뜻깊다.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한 건 어떤 계기를 통해서였나. 다른 꿈은 없었는지.

처음엔 사관학교를 생각하고 있었다. 옛날엔 졸업한 선배들이 모교를 찾아와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를 후배들에게 홍보하는 ‘모교 방문’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때 경찰대학교에서 온 선배들을 보며 ‘와 저런 곳이 있었나’하고 감탄했던 게 계기였다. 윤리 선생님도 경찰대학교를 추천해주셨다. 담임이셨던 국어 선생님 영향으로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원서까지 쓰기도 했는데 실제 진학으론 이어지지 않았다. 제가 경찰이 된 데는 드라마 <수사반장>의 영향도 있었다.

미디어팜과 인터뷰 중인 석봉구 사천경찰서장. 사진=조현웅 기자.

▲형사 생활을 오래 하신 걸로 안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 달라.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시민 9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정두영 사건을 맡았을 때가 생각난다. 최근 영화 <악인전>을 보면서도 그 사건을 떠올렸다. 천안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알려졌던데, 제가 보기엔 정두영 사건과 매우 흡사한 이야기였다. 그 외 김길태 사건, 울산자매살인사건도 쉬 잊히지 않는 사건들이다. 파출소장 시절 최초로 교통단속을 한 일도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겠다.

▲최근 경찰과 검찰 간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일단 경검의 협력관계가 설정돼야 하고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 또한 경찰의 1차적·본래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사의 직접수사는 제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수사권조정은 오직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되어야 한다.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세종대왕이다. 그가 보여준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을 좋아한다. ‘고약해(高若海)’ 일화가 보여주듯 세종대왕은 늘 신하들과 의논하려 했고 백성들과 소통하려 했다. 평생을 백성들 뒷바라지 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그리고 변함없이 수행한 임금이라고 생각한다.

▲따로 취미생활은 없는지.

탁구를 즐겨 친다. 언젠가 통영에서 열린 이순신장군배 전국오픈 탁구대회에선 직원들과 함께 출전해 3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도 좋아하는데, 주말이면 반드시 영화를 보러가기 때문에 사실 모 영화관 SVIP다.(웃음) 여가 생활에서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면 독서라고 본다.

▲끝으로 사천시민들과 직원들에게 한 말씀.

근대 경찰의 아버지 로버트 필 경은 경찰의 존재 이유를 ‘범죄와 무질서의 방지’에서 찾았다. 그는 또 경찰이 임무수행을 하는데 필요한 힘은 시민의 지지와 인정으로부터 나온다고도 했다. 저는 평범과 평온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천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저희 경찰들이 지켜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과 성원, 격려와 쓴소리를 당부 드린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