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선비의 고장' 함양의 절경들
[여행] '선비의 고장' 함양의 절경들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9.18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1경 상림의 사계

천연기념물 제154호 상림공원. 상림은 신라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지금의 함양군)의 태수로 있으면서 조성한 숲이라 전해진다. 최치원 선생이 둑을 쌓아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지금의 숲을 조성했다. 과거에는 상림 외에도 하림이 존재했으나 하림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만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상림이지만 상림이 함양 1경으로 꼽히는 진정한 이유는 상림이 간직한 아름다움 때문이다. 상림은 계절에 따라 봄에는 신록,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자랑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경관을 선보인다.

 

제2경 금대지리

금대지리는 금대산의 금대암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장엄한 풍광을 말한다. 여기서 나오는 금대암(금대사)은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에 소재한 사찰로 신라 태종 무열왕 3년(656년) 행호조사(行乎祖師)가 창건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 12 교구 해인사의 말사다. 금대암은 해발 847m 금대산 정상 9부 능선쯤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산의 주능선은 물론 천왕봉을 조망하기에 좋다. 금대암에는 지리산 조망 외에도 유명한 것이 있는데, 사진에 등장하는 금대암 전나무다. 경상남도기념물 제212호인 금대암 전나무는 현존하는 전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3경 용추비경

용추비경은 용추계곡과 기백산의 경치를 이르러 부르는 말이다. 먼저 용추계곡은 깊은 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진리삼매경에 빠졌던 곳이라 하여 ‘심진동’이라 불리기도 한다. 계곡 주변에는 용추자연휴양림과 용추사가 있는데, 자연휴양림은 군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멋스러운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용추사는 신라 소지왕 9년 각연대사가 창건한 곳으로 옛 장수사의 4대 부속 암자 중 현존하는 유일한 사찰이다. 함양군과 거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기백산(지우산)은 3km에 달하는 억새 풀밭을 자랑하며 용추사, 용추계곡, 용추폭포 등을 품고 있다.

 

제4경 화림풍류

함양군은 양반의 고장이다. 때문에 8경 중 함양을 잘 나타내는 곳을 꼽는다면 제4경 화림풍류라 할 수 있겠다. 화림풍류는 덕유산과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서 흘러내린 장장 60리의 화림동 계곡을 말한다. 화림동 계곡은 농월정, 거연정 등 수많은 정자도 함께 품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자문화의 메카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정자들이 많다. 농월정은 '달을 희롱하며 논다'는 뜻으로 옛날 우리 선조들의 풍류사상이 깃들어있다. 거연정은 화림동 계곡의 가운데 큰 바위섬 위에 지어진 정자다. 바위까지는 화림교라는 철다리가 놓여 있다. 계곡 한가운데 서 있는 정자이니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제5경 칠선시류

칠선시류는 지리산 칠선계곡의 경치와 화살과 같이 빠르게 굽이쳐 흐르는 물을 뜻한다. 칠선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힘과 동시에 지리산을 대표하는 계곡이기도 하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함양군 마천면 의탄까지 장장 18km에 걸쳐 있으며, 7개의 폭포수와 33개의 소를 품고 있다. 칠선계곡의 또 다른 이름은 ‘죽음의 골짜기’인데, 산세나 계곡이 워낙 험준해서다. 오죽하면 전문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등 원정등반에 앞서 겨울의 칠선계곡에서 빙폭훈련을 할 정도. 그런 점에서 칠선계곡 등반코스는 대한민국의 히말라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제6경 서암석불

한국불교의 법승을 계승한 벽송 지엄대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고찰 벽송사의 암사인 서암정사에 위치한 석불들. 서암석불의 가장 특징은 대방광문, 아미타여래, 석굴법당 등 무수한 불상들이 모두 자연암반에 굴을 파고 조각되어 있다는 점이다. 불교의 이상세계를 상징하는 극락세계를 그린 조각법당도 1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사찰 전체가 하나의 조각공원인 셈이다. 불교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특이한 기법을 보이고 있어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소개한 칠선계곡의 초입에 위치하고 있으며, 벽송사로부터 서쪽 600여m 지점에 있다.

 

제7경 덕유운해

남덕유산 아래로 펼쳐지는 구름바다의 신비로움과 갖가지 가을단풍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남덕유산은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는 덕유산의 제2의 고봉이다. 남덕유산에 오르면 푸른빛의 구상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이 한껏 멋을 풍기는데, 삿갓재에서 왼쪽 골짜기(거창방향)로 가면 나오는 원통골은 원시림지대라 더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한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덕유산을 지나치는 영각사~백련사 산행 코스를 꼭 가보길 바란다. “남덕유산을 감싸고 있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 된 기분이다.”

 

제8경 대봉철쭉

대봉철쭉은 말 그대로 대봉산에 만개한 철쭉을 말한다. 백운산으로부터 대봉산까지 철쭉이 이어진다. 대봉산은 과거 괘관산이라 불렸으나 대통령과 같이 큰 인물이 날 수 있도록 산 이름이 정비된 것이다. 봉우리 역시 천황봉은 천왕봉, 괘관봉은 계관봉으로 각각 개칭됐다.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백운산의 동쪽 지맥선상으로 소백산맥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함양군민들에게는 뒷산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빨치산의 활동거점으로 이용된 곳이기도 하다. 오는 2019년 10월경 준공되는 모노레일도 대봉산의 또 다른 매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노레일은 대봉산(1228m) 정상부까지 접근이 가능함은 물론 3.95km 길이로 대한민국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모노레일은 2020년 상반기부터 정상 운행될 예정이다.

글/정리 조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