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팜] 우쿨렐레로 감행하는 '절권도', 블루스 리
[뮤직팜] 우쿨렐레로 감행하는 '절권도', 블루스 리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5.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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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출신 우쿨렐리스트 블루스 리의 공연 모습. 곁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비비안 김은 그의 아내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지난 4월 27일 오후 4시, 진주 에나몰 중앙광장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 이름은 '2019 경남 음악창작소 토요콘서트(이하 '토요콘서트')'. 토요콘서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 김해시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한 주말 문화 행사로 이번엔 김해 5팀, 진주 4팀, 창원 5팀 등 도합 14팀 뮤지션들이 참여해 경남 대중들에게 음악의 여유를 선물했다.

이날 진주 에나몰 중앙광장에는 총 4팀이 왔다. 창원 출신 기타리스트 겸 엔지니어인 정성헌의 프로젝트 마브, 십센치와 데파페페(일본 고베 출신 어쿠스틱 기타 듀오)를 섞은 듯 감미로운 보컬화음과 화려한 기타협주를 뽐낸 곰치, 곰치와 비슷하면서 더 섬세하고 맑은 보컬화음을 들려준 더 보이스 지, 그리고 전기 우쿨렐레 한 대로 좌중을 압도한 블루스 리까지. 이들은 자작곡보단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데이브레이크의 '들었다 놨다',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 퀸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같은 세대별 유명 곡들을 들려주며 자기소개 대신 대중친화에 공연의 무게를 뒀다.

이중 기자는 우쿨렐레 연주자 블루스 리를 주목했다. 이름에서 전설의 배우 브루스 리(이소룡)가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그는 이름처럼 블루스에 기반 한 기타 연주를 즐겼던 진주 출신 음악인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외국인들과 팀을 이뤄 기타를 친 블루스 리는 국내에 우쿨렐레 전문 연주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다루는 악기를 바꿨다. 그가 우쿨렐레를 연주한 건 올해로 15년째. 현재도 그렇듯 국내에서 우쿨렐레란 그저 교육용, 취미용 악기로만 알려졌지만 그가 보기에 우쿨렐레는 기타 못지않은 기교가 녹아들어야만 진정한 소리를 내는 엄연한 독립형 현악기였다. 과거 블루스에 빠졌던 만큼 우쿨렐레에도 푹 빠진 블루스 리는 결국 사비로 본토인 하와이까지 건너가 공부했고, 지난해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진행한 대중음악 사업에 선정돼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인사이드 블루스 리]까지 발매했다. 이날 남편을 위해 본래 치던 기타를 놓고 베이스를 연주한 아내와 무대를 펼친 그는 5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나 호쿠 하노하노 어워드' 스페셜 앨범 부문 후보에 올라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

2018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진행한 대중음악 사업에 선정된 블루스 리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인사이드 블루스 리] 앨범 재킷.

이날 블루스 리는 바위섬을 하와이라 생각하고 편곡했다는 김원중의 '바위섬'을 비롯해 2집에 수록된 '블루 웨이브'와 '혼 펑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하기 전 커버한 퀸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두루 들려주며 관중들에게 음악의 마법을 전했다. 그는 공연이 절정에 이를 무렵 사람들에게 ‘더 빨리~’를 주문하며 믿기 힘든 우쿨렐레 속주 개인기도 펼쳐보였는데, 블루스 리가 평소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그 개인기는 가감 없이 청중들에게 알려주었다.

진주 에나몰 중앙광장에서 열린 두 번째 토요콘서트는 연주, 노래, 음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한 무대였다. 하나 아쉬운 점이었다면 행사 홍보와 관객들의 호응도였다. 주최 측의 홍보 부족으로 찬 의자보다 빈 의자들이 더 많았던 현장은, 자신의 감정표현 대신 타인의 시선을 더 신경 쓰는 한국인 특유의 부끄럼증까지 겹쳐 공연 분위기를 다소 경직시켰다. 블루스 리와 다른 세 팀의 연주는 그럼에도, 지방이라는 굴레에 절대 갇히지 않고 수도권 뮤지션들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문화도시 진주’의 명성은 바로 이런 작지만 단단한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더 성장하고 뻗어나갈 터. 그 중심에 블루스 리가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