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극의 커피드립] 커피 하는 이들이여, 자존심 좀 지킵시다
[우병극의 커피드립] 커피 하는 이들이여, 자존심 좀 지킵시다
  • 우병극
  • 승인 2020.02.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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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와 멋 우병극 대표.

국내에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열린 지 20여 년이 지난 2020년 2월 현재 미국 내 스타벅스(이하 '스벅') 매장 수는 14,758곳(인구 3억 3천만 명 기준), 한국은 1,260곳(인구 5천만 명 기준, 2019년)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인구 대비 6.6배, 매장 대비 11.7배 이상이다. 국내 스벅의 연매출은 1조 5천억 원이 넘는다. 이렇듯 국내 스벅의 매장 증가 추세는 '지속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EBS <다큐시선> 인용)다. 카페 매출 규모는 4조 원이 넘고, 편의점과 인스턴트 커피 시장까지 더하면 무려 11조 원 이상이다. 한국엔 총 8만 7천개 이상 카페가 있는데(LH공간지도분석 '대한민국 커피 지도' 기준) 그중 1,260개에 불과한 스벅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제법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로스팅 원두 등 상당 부분 원재료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공급되는 현실에서 일반 카페들은 사실상 스벅을 당해낼 수 없다. 스벅 외 국내 카페 및 프랜차이즈의 매출 규모는 참담한 수준이다. 과연 스벅은 무엇이 다른 걸까.

스벅의 전략은 스벅 매장에서 '고객이 여가시간을 보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스벅은 그래서 고객이 공간에 머무는 방식과 시간을 건들지 않는다. 물론 고객을 위한 상당한 편의 제공은 기본이다. 반면 일반 카페는 어떤가. 보통 카페들의 경우 1인 1잔 음료 주문, 작은 소리, 시간 제한 등 문구로 손님을 성가시게 하는 곳이 허다하다. 카페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임에도 말이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남에게 신세 지는 걸 꺼려하는 성향을 봤을 때도 이러한 대처는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예컨대 식후 카페에 가더라도 앞선 포만감에 더는 뱃속에 무언가를 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보이는 '1인 1잔' 문구는 배부른 내 기분을 상하게 한다. 서비스를 본질로 삼는 카페라면 손님이 이런 기분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사 하는 입장에서야 당연히 한 명이 한 잔을 마셔야 할 것 같지만 시키지 않은 입장에선 신세진 것처럼 느낀다. 간단한 문제다. 손님에게 그런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면 그 고객은 언젠가 다시 와 커피 한 잔 이상 매출을 올려줄 것이다, 반.드.시. 

스벅이 직영점 형태여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편의를 누린 고객은 그 이상의 충성 고객이 된다는 사실이다. 저가 커피를 취급하는 곳에서 스벅이 비싸다고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스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한대의 편의다.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곳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의향이 있다. 일반 카페들이 스벅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과거엔 커피를 로브스타, 아라비카 두 가지로 나누었다. 지금은 로브스타, 커머셜, 프리미엄, 스페셜, 마이크로랏, 게이샤, 옥션 등 맛과 품질을 지나치게 쪼개고 있다. 일부에선 자칭 '커피헌트'라며 산골짜기에 희한한 문구를 걸어 로스터를 현혹하는 이들도 있다. 어려운 문구나 세속의 언어를 동원해 "신의 얼굴을 보았다" 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커피의 가치가 우리 주식인 쌀의 가치를 몇 십 배 넘기는 작금 현상이 당황스럽다. 어느 곳에선 한 잔에 30만 원짜리가 있다고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지나친 커피 가격 책정은 삼가야 할 일이다.

심지어 차의 일종인 커피가 "식어도 맛있다"며 부산을 떠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쌀의 경우도 아무리 좋은 것인들 식으면 맛이 없는 법. 커피도 어디까지나 따뜻하게 우려 먹는 '차'인 것이다. 콜드브루, 더치커피란 명목으로 찬물에 우려내는 커피가 그래도 맛있다는 사람들은 찬물에 불린 밥도 맛있다고 할 사람들이다. 차게 마시는 커피는 결코 몸에 좋게 작용하지 않는다.

커피인으로서 자존심을 지켰으면 좋겠다. 어영부영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카페를 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은 집중적으로 기술과 마인드를 습득하길 권한다. 단기 속성으로 자격이나 수료에만 치우치면 카페 개업 후도 단기 속성으로 끝난다. 명심하자.

우병극 '향기와 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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