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같은 힐링 공간 꿈꿔" 통영 나폴리농원 길덕한 대표
"고향 같은 힐링 공간 꿈꿔" 통영 나폴리농원 길덕한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6.1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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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이 고향...친환경 농업에 관심 둬
스킨스쿠버로 통영과 인연, 97년 나폴리농원 개장
편백나무 관련 제품들 미국, 일본 등에도 수출
"남을 치유시키려면 내가 먼저 치유돼있어야"
통영 미륵도 나폴리농원 입구. 사진=김성대 기자.
나폴리농원 길덕한 대표가 체험교육 전 편백나무 숲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1997년 통영 미륵도 편백나무 숲에서 나폴리농원의 역사는 시작됐다. 나폴리농원은 항노화, 아토피, 비염, 새집증후군 등 환경 관련 피톤치드 상품을 재배에서 연구개발, 제조, 유통, 체험교육까지 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1·2·3차 산업을 결합한 농촌형 6차 바이오벤처기업이 곧 나폴리농원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촌교육농장이자 농림부가 선정한 6차 산업 인증업체인 이곳의 대표 길덕한 씨를 미디어팜이 만나고 왔다.

▲원래 어떤 일을 했나.

경기도 포천이 고향이다. 거기서 농업과 관련된 일을 했다. 방문객들이 야채 등을 직접 따 초대형 가든 내 식당 안에서 직접 먹을 수 있게끔 하는 사업이었다. 그때 농업 쪽에 푹 빠지면서 지금까지 왔다. 물론 부모님도 대농이셨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사업도 농업 쪽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포천에선 왜 떠나온 것인가.

포천이 서울 근교다 보니 공장들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 포천은 완전 공장 단지가 됐다. 쌈밥 만들어 먹는 곳 옆에까지 공장이 들어왔으니. 저는 공업이 체질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가든을 팔고 통영에 오게 됐다.

▲통영을 택한 이유는.

제가 스킨스쿠버를 오래 했다. 그러면서 동해, 서해, 남해 국내 바다란 바다는 다 가봤다. 그때 통영도 접했는데, 산호도 있었던 통영이 잊히질 않았다. 마침 바다와 낚시, 스킨스쿠버를 좋아하니까 통영으로 가자, 해서 오게 된 것이다.

나폴리농원의 맨발체험로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쏟아져나오는 편백숲길에 편백나무 톱밥과 찌모겐 효소를 자연발효시켜 깔아놓은 곳으로 '살아있는 효소의 길'이라 일컫는다. 길 대표는 매일 새벽 4시 새롭게 발효시킨 편백톱밥과 찌모겐 효소를 이 길에 깔아주고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1997년 나폴리농원을 설립했다. 계기가 있었을 텐데.

본래 여기가 키위 농장이었다. 키위 잘 키우면서 머물면 괜찮을 거라 생각을 하고 이 농장을 비싸게 사들였다. 포천서 시설농 하며 키운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땅 보는 눈이다. 그 덕에 도로, 전기, 물이 있는 이 땅의 조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키위 농사를 2년 짓고 농산물 유통구조를 잘 몰랐던 당시 직거래 시스템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본질적인 고민은 포천에서 해왔던 친환경 농업이었다.

▲정보통신업도 하신 걸로 안다.

1998년에 ‘흙내음정보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유니텔 ip 정보제공 일을 했다. 예컨대 자판으로 ‘편백나무’를 치고 편백나무 사진과 정보를 얻는데 1분에 얼마 식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다 이듬해인 99년도에 농수축산물 전문 포탈쇼핑몰을 구축했고, 2001년도엔 농산물직거래 사이트 ‘농부가’를 국내 농업인으로선 최초로 설립했다. 최초이다 보니 투자 유혹들이 많았는데, 그때만 해도 귀가 얇아 키위 농장을 멈추고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벤처 타운에 들어가 온오프라인 농산물 유통시스템을 갖췄다.

▲그 정도면 꽤 성공했던 것 아닌가.

30대 후반이었다. ‘초록마을’ ‘신씨네몰’처럼 가맹점 140개를 갖춰 겉으론 그럴 듯해 보였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때만 해도 사업을 잘 몰랐던 거다. 농장을 넘겨야 했지만 국립공원이다 보니 값어치가 없어 사람들은 손을 안 대려 했다. 그러다 KIST 저희 사무실 바로 옆 사무실에 편백나무를 연구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편백나무 관련 제품도 만들었던 벤처사업가였다. 정보가 지금처럼 없던 시절, 사람들에게 ‘히노끼’로 알려진 편백나무가 통영에도 있다고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눈앞에 꺾어다 줘도 사람들은 편백나무가 일본에만 있는 나무라고 생각했다. 그 사업가는 더는 편백나무 사업을 할 자신감도 능력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자료 나 좀 줘’ 해서 그로부터 편백나무 자료가 담긴 플로피디스크 40장을 받았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게 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건데.

당시 사업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아토피가 왔다. 아토피엔 피톤치드가 좋으니 편백나무 하나 잘라 기름도 짜보고 발라보기도 했는데 효험을 제대로 봤다. 그날부터 구상을 시작했다. 편백나무로 사업을 한다는 건 당시만 해도 맨땅에 헤딩이었는데, 관건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였다. 그때만 해도 특별한 사람들만 PC통신을 하던 시절이어서 홍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자 생각했고, 코스를 구상하며 키위나무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편백나무를 심어나갔다. 오일도 짜고 제품도 개발하고 아토피, 비염 관련 체험도 마련하는 등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나폴리농원 맨발체험로에서 이끼를 관찰하고 있는 방문객들. 사진=김성대 기자.
맨발체험로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 비목. 길 대표는 비목의 향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편백 숲 속 체험학습장 기초공사를 시작한 2005년도에 국립공원 관리공단 자연해설사와 경남 생명의 숲 해설사를 수료했다. 또 2010년경엔 산림청 숲해설사, 약초이용사, 웃음치료사 자격을, 2013년도엔 노인운동지도사 자격도 취득했다. 늘 공부를 하는 것 같다.

숲, 나무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은 물론 약초 공부도 해야 했다. 산림과학원, 산림환경연구원과 MOU도 맺고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았다. 저는 자다가도 생각나면 농장에 올라와 해결을 해야 할 정도로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손을 떼는 쪽이다. 이 일도 마찬가지다. 도시민들에게 교육을 하려면 경험치만으론 부족하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3년 전 피톤치드 공기제조방법 ‘나폴리에어’를 특허출원 했다. 편백나무 숲속 피톤치드 새벽공기로 알려져 있는데. 드디어 공기도 물처럼 사서 마시는 시대가 온 것인가.

캔에 담은 건 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약사 1명을 상시 배치해야 하는 등 유통 과정에서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사업 상으론 보류 상태다. 대신 에어카페로 진행하려 준비 중이다. 시스템은 다 돼있다.

▲편백나무 관련 제품들을 중국, 일본, 미국, 베트남 등에 수출도 한다 들었다.

수출국을 더 넓혀나갈 생각은 아직 없다. 전 복잡하면 하지 않는다. 업체와 업체 간 신경 쓸 일들이 산더미인데, 국가 규제 등에까지 대응하는 건 역부족이다. 더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사업할 생각은 없다. 쉽게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갈 거다.

▲오늘 방문객들을 보니 농민들도 제법 방문하는 모양이다.

사업상 벤치마킹을 하러 많이들 오신다. 제가 이분들에게 강조하는 건 '핵심기술 하나만 갖고 있어라'는 거다. 예컨대 배에서 이뇨작용에 좋은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농민들 뿐 아니라 젊은 벤처 사업가들이 못 풀어나가는 게 바로 이것이다. 남들이 쫓아올 수 없는 걸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비싼 기계 사들여 인력만 굴리면 버티지 못한다.

나폴리농원 방문객들이 현장에 수북이 남긴 체험 후기들. 사진=김성대 기자.

▲오늘 나폴리농원의 6개 체험 프로그램들 중 ‘자기주도형 편백숲 맨발치유체험’을 기자도 직접 체험했다. 1코스 '피톤치드에어샤워'부터 14코스 '피톤치드 온족욕탕'을 체험하며 선두에서 방문객들을 이끌어준 대표님의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남을 치유시키려면 내가 먼저 치유돼있어야 한다. 내가 즐겨야지, 일이라고 생각하면 짜증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여행 하면 낭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행이 스트레스다. 돈 써야지, 차 막히지. 여행다운 여행을 즐기질 못한다. 나폴리농원은 여행객들이 마음의 고향처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힐링을 하고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고 싶다. 내 집 안방처럼 편안해 정신줄 놓고 푹 쉴 수 있는, 여행이라는 개념조차 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 나폴리농원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사실 이곳이 편백숲이라 해서 편백나무만 있는 건 아니다. 녹차나무도 엄청나게 많다. 따지고 보면 나폴리농원은 편백숲이면서 녹차숲길이기도 하다. 처음 계획한 목표치에 80% 이상은 접근했다 보고 있다. 단순히 '좋아요'라는 입소문은 한계가 있다. 도시민들에겐 과학적인 증빙 자료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여년 동안 기초 작업은 다 해놨다. 이젠 방문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편한 환경을 제공할까, 그것만 궁리 중이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