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제목없는 이야기] 진주시, 가치 큰 문화 브랜드를 품다 ‘제1회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고종석의 제목없는 이야기] 진주시, 가치 큰 문화 브랜드를 품다 ‘제1회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 고종석
  • 승인 2019.01.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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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정리하는 시점인 지난해 12월 4일부터 8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의미 깊은 페스티벌이 열렸다. 가수 인순이와 웅산 밴드,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뮤지션들이 함께 했던 이 페스티벌은 진주라는 지역 이름을 축으로 재즈라는 음악장르를 아우르는 여러 순서로 구성되었다. 첫 회로 기록된 이번 공연은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었으며, 행사 기간 동안 3천 여 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고 이 중 1,900여 명이 유료 관객으로 집계될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은 민간기업 ㈜지오엔터테인먼트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공동 주관으로 기획되었으며, 검토와 기획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주목받던 지역 페스티벌이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먼저 특정 장르를 통해 지역 내에 상징적인 문화 콘텐츠를 완성시키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던 것으로 총평을 내리고 싶다.

10여 년 전부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경기도의 몇몇 곳에서 재즈와 관련된 페스티벌이 꾸준하게 선을 보이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위치와 장소 등의 여건 상 특별한 이슈가 있지 않는 이상 지역 주민이 주요 관객으로 자리할 수밖에 없는 제한적 요소를 끌어안고 출발했다. 국내 대중의 음악적 취향은 공중파와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 치우친 경향이 강하다. 이는 진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페스티벌은 진주와 재즈를 연결시키겠다는 곧은 의지로 단계를 밟아 나왔다. 대중가요계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남인수와 이봉조는 진주를 대표하는 가수이자 작곡자, 연주자였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진주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재즈적인 터치가 강한 작품을 다수 발표했고, 히트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두 뮤지션을 축으로 대중의 참여와 지지를 통해 재즈와 가장 어울리는 지역으로 진주를 성장시키겠다는 취지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가수 인순이와 웅산 밴드,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뮤지션들이 함께 했던 이 페스티벌은 진주라는 지역 이름을 축으로 재즈라는 음악장르를 아우르는 여러 순서로 구성되었다." 사진=㈜지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재즈는 여타 장르에 특별한 지식이 있는 마니아들조차도 쉽게 즐기고 다가서기 힘든 장르이다. 음악적 해석이나 깊이가 아니더라도 장르적으로 재즈라는 단어가 지닌 부담감은 상당하다. 더해서 진주 지역민들이 재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었음은 자명하다. 이는 비단 진주 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통계를 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때문에 진주에서 문화적 가치를 지닌 브랜드를 만들고자 추진된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감수하고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 주최 측은 재즈라는 음악장르 안에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가지고 이번 행사를 출발시켰다. 12월 4일 ‘Welcome Jazz : 재즈카페 안에서’라는 프로그램의 해설이 있는 최광문 퀸텟의 공연으로 시작된 것은 이를 잘 대변한다. 평소 생소할 수밖에 없는 재즈에 대해 진주시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 이 프로그램은 이번 페스티벌의 취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도였다.

인순이와 웅산이라는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뮤지션들이 자리하며 집객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2019년에 이어질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에는 국내 유수의 뮤지션과 해외의 유명 뮤지션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대중가수와 재즈 뮤지션이 콜라보 무대 등을 연출한다면 진주시민 외에도 타지역민들의 참여 역시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또한 페스티벌 기간을 봄과 가을 시기로 조정해서 진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야외무대에서 진행한다면 가족 단위 관객 동원에도 힘이 실릴 수 있겠다.

이번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 외적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이끈 것은 ‘재즈 갤러리 in 진주’라는 코너였다. 진주문화예술콘텐츠와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의 기능을 연결시켜 완성된 초콜릿과 브로치, 수첩 등의 상품은 페스티벌 외적인 부분에서도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첫 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은 지역에서 특정 장르를 바탕으로 민관 협업과 지역 기업의 후원으로 펼쳐진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돋보였다. 향후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은 지역 내 기업과 관에 의해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하는 입장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지역경제 속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투영되어 더 큰 상생의 길을 걷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진주국제재즈페스티벌이 오래도록 진주를 상징하는 문화 브랜드로 지역민들과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글/고종석(대중음악평론가, floyd20.blog.me)

 

◆ 필자 프로필

현재 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 여성가족부청소년유해매체물음악분야심의분과위원, 음반산업발전특별위원회간사, 네이버한국대중음악백과 선정위원, 한국대중음악연구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월간 재즈피플, 파라노이드, 스트림, 로코모션과 웹진 벅스, 멜론, 네이버, 음악취향Y, 오디오캠프 등에 음악 및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음악산업과 관련해서 음반사 인디, 뮤직디자인, 갑엔터테인먼트 등에서 기획실장을 역임하며 델리 스파이스와 브라운아이즈, 브라운아이드소울, 더네님, 다이나믹 듀오, 에코 등 70여 장의 음반을 제작·기획했다. 또한 SBS와 서울음반 등에서 음원유통과 DB구축, 콘텐츠기획과 마케팅을, 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평론과 관련해서 월간록킷 편집장을 거쳐 서브, 핫뮤직, GMV, 오이뮤직, 씨네21, 중앙일보, 민중의소리, 충청투데이 등에서 객원 필자로 활동했으며, 교통방송과 MBC 라디오등에 패널로 출연했다.

저서 : 한국대중음악박물관 도록, 우드스탁VS곱창전골 리퀘스트200, 네이버한국대백과사전(출간 예정), 신해철 다시 읽기(공저), 한국대중음악100대명반(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