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인터뷰] 8월 강사법 시행 "온전히 시행해야" VS "폐지해야 할 법"
[진단인터뷰] 8월 강사법 시행 "온전히 시행해야" VS "폐지해야 할 법"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6.2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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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 강사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일명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와 대학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강사들은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고, 대학은 강사 공개채용을 포함한 교육부의 매뉴얼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비정규교수(시간강사) 노동조합 경상대분회 조합원 96명은 지난 13일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19일 대학 본부 측과 6차 교섭까지 벌였지만 결렬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노조는 기존 시간강사들의 고용유지와 처우개선을 놓고 대학당국과 지난 3월 21일부터 5월 23일까지 총 5차례 협상을 벌여왔으나 양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번 6차 교섭 역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시간 반 만에 결렬됐다. 노조 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 측이 단과대나 학과 쪽으로 채용 운영기준을 넘기려는 상황. 노조도 더는 대학 본부만 압박, 요구해선 안 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대학과 노조 간 7차 협상은 단대 학장들 회의(학무회의)가 열릴 오는 7월 4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강사법. 과연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또 모두에게 좋은 해결 방안은 정말 없는 것인지 미디어팜이 현직 시간강사 두 명의 말을 직접 들어봤다. 한 명은 강사노조 경상대분회 최승제 부분회장이고 나머지 한 명은 익명을 요구한 현직 경상대학교 강사 A씨다.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이 아닌, 강사법의 폐지를 주장한 익명의 강사는 현재 강사노조 경상대분회에 가입해 있지 않다.

지난 13일부로 전면파업에 들어간 한국비정규교수(시간강사) 노동조합 경상대분회의 천막농성장 모습. 천막 앞에 다음과 같은 강사노조 측 요구 조건들이 보인다. ▲경상대는 교양강좌 최대수강인원을 40명으로 축소하여 교육환경 개선하라 ▲경상대는 전임교원 초과강의 즉각 중단하라 ▲경상대는 강사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강사 고용안전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 ▲경상대총장은 강사법의 성공적인 시행과 안착을 위해 노력하라. 사진=김성대 기자.   

미디어팜(이하 ‘팜’): 시간강사노조 경상대분회가 투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승제 부분회장(이하 ‘최’): 8월 1일부터 예정된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을 요구하는 것이다. 전국 사립대학들은 지난 7년간 꾸준히 시간강사 수를 줄여왔다. 가령 지난 한 한기에만 수도권 사립대 중심으로 15,000명 정도의 시간강사들이 해고됐다. 성균관대 시간강사들의 경우 1,000명 중에 실제 시간강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10명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겸임·초빙교수로 다 바꿔버렸다. 겸임·초빙교수는 강사법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강사 숫자는 이미 전체적으로 많이 줄어든 상태다. 물론 교육부에서 시간강사를 줄이는 학교에 페널티를 매기겠다며 압박을 했고, 실제 국립대들은 전체 파이를 줄이지 않으려는 입장이었다. 더 이상 전체 파이를 못 줄이도록, 현 강사들이 다시 채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다. 현재 학교 측은 과와 단대 쪽에 선택권을 넘기고 있는데, 그들이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은 교육부가 예산 조금 주고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이 무책임한 말이다. 사실 대학 본부는 과와 단대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강한 권고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 생각이 없는 걸로 보인다.

A씨(현직 경상대학교 시간강사, 이하 ‘A’): 강사법 시행과 더불어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고돼있다. 강사 노조는 이러한 대량해고를 막고자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량해고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학교 측에서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

팜: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시간강사법’이 정확히 무엇인가.

최: 추상적인 표현으로 ‘교원 신분 확보’ 같은 거다. 계약기간은 1년, 3년까지 재임용이 보장된다. 그동안 강사에겐 없었던 방학 중 임금, 강제성을 띠지 않았던 퇴직금과 건강보험 예산 보장도 포함돼있다. 이렇듯 법의 방향성은 좋지만 실제 집행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문제다. 특히 사립대들 경우엔 돈이 많이 드니까 선조치로서 미리 많은 시간강사들을 해고한 것인데, 해고된 그 사람들이 이후 공채를 통해 경상대 같은 지방 대학들로 몰리면 도미노 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A: 강사법은 일종의 규제다. 정부의 대학에 대한 규제. 대학에서 자유롭게 강사를 뽑던 걸 정부가 제한을 두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제한 조건에 맞춰 강사를 뽑아야하기 때문에 기존 강사들은 대량해고 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강사법은 노동시장을 경직화 시키는 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절차라는 것은 전에 비해 더 공정해질 수는 있다. 과거엔 교수들이 학과 내규에 따라 자신의 제자를 강사로 채용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사법 도입으로 질 높은 강사가 배치되는 게 아니라 정부의 학교 규제만 강화된다는 점이다. 강사도 자유롭게 뽑지 못하는 대학에 자율이 무슨 말인가.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반대 행동을 정부가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팜: 강사노조는 강사법 폐지가 아닌, 온전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이렇게 시행할 바에는 아예 없애라는 얘기일 거다. 하지만 승격된 내용까지 폐지하자는 건 아니라고 본다. 노조가 있는 대구대학교에서도 400명에서 200명으로 시간강사를 줄였다. 노조가 있어도 그 정도인데 나머지 대학들은 더 심할 것 아닌가. 폐지가 답은 아니다.

A: 강사법의 온전한 시행은 불가능하다. 폐지가 맞다. 강사는 학교와 학과에서 자율적으로 뽑도록 하면 원활한 강사 교체가 이뤄지고, 사정에 맞춰 강사의 유·출입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임금수준도 유연하게 결정될 수 있음에도 굳이 법으로써 경직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대량해고가 불가피한 사태에 이르게 된다. 이해할 수 없다. 강사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현직 강사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정부가 강사의 처우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정부는 버려야 한다. 법이 권리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권리가 법을 만드는 것이다. 

팜: 2014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던 강사법 시행은 여태껏 3차례 유예됐다.

A: 강사들이 기존 임금보다 더 많이 받을 확률도 적고, 많은 강사들이 해고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강사도 이 법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차례 유예된 것이고, 이번에도 대량해고와 실질적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저는 이 법의 폐지를 말하는 것이다.

강사법 시행 전 7차 교섭을 앞두고 있는 경상대학교 본부 측과 강사노조 측. 7차 교섭은 학생들 성적 변경 마감과 단대 학장들의 학무회의가 동시에 잡힌 7월 4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김성대 기자.

팜: 성적입력 거부는 왜 하는 것인가.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최: 우리가 할 수 있는 단체행동이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학이어서 수업 거부도 할 수 없고, 천막농성으론 학교 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 물론 저희도 이 수단을 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빠르게 시작한 거다. 상호가 긴장감 있게 협상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랄까. 가능한 입력 마감일인 6월 26일 전, 늦어도 성적 변경 마감 날인 7월 4일까진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싶다. 생각해보라. 학생들에게 피해를 가장 안 주고 싶은 사람들이 누구이겠는지. 바로 우리다. ‘학생들을 볼모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중교통 파업 때 으레 ‘시민의 발을 볼모로’라고 말하는 맥락과 같은 맥락에서 우리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본다. 당사자들 심정에 대해선 무관심하면서 관성적으로 내뱉는 말들이다.

A: 성적입력 거부는 도덕적으로도 옳지 못한 행동이다. 수업 거부도 마찬가지고, 부분 이익에 치중하는 건 교육자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팜: 학교 측과 7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최: 현재까지 교섭은 단체교섭권은 아니다. 당장은 고용유지 관련 채용기준 정리가 먼저다. 6차에서 두 가지를 섞어 애매하게 말한 부분이 있는데, 7차 협상에선 실무협상 중심으로 본부 측 안과 절충해나갈 생각이다. 7차 교섭은 단대 학장들의 학무회의가 열리는 7월 4일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임금 문제 단체협상은 또 그 후가 될 것이고. 학교 쪽과 우리 양측 모두 채용기준이 먼저다.

팜: 현재 강사노조 경상대분회의 조합원 수는 전체 강사 수의 1/3 가량이다. 이는 경상대분회의 생각이 경상대 강사 모두의 생각은 아니라는 얘기와 같다.

최: 겸임·초빙교수를 빼고 시간강사는 전업과 비전업으로 다시 나뉜다. 현재 경상대학교 시간강사 숫자는 420명 가까이 되는데 여기서 예체능, 의대 쪽에 비전업 강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물론 그 분들도 조합원 대상이다. 현재 저희 강사노조에도 96명 중 5명 정도가 예체능, 의대 쪽 강사들이다. 결국 250명 이내가 조합원 대상인데, 그중 150명만 돼도 많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현재 100명 가까이 조합원 수가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강사는 수업과 프로젝트 추진 권한을 가진 교수들이 탐탁치 않아 하는 일을 하기 힘든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때문에 강사들의 100% 조합원 가입은 불가능하다. 저희 과(행정학과) 경우엔 교수님들이 조합원 활동에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특정 몇몇 과들에선 한 명도 안 들어온다.

팜: A씨는 현재 강사노조 경상대분회에 가입해있지 않다. 노조 측에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강사법 시행을 찬성하는 일은 노조의 생명력 유지를 위한 것일 뿐, 진정으로 강사를 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강사법은 노조를 위한 것이지, 강사를 위한 게 아니다. 전형적인 법 만능주의다. 법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교원의 지위를 높이고 임금을 올리면 다 현실화 될 줄 아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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