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글] 한국의 데이브 웨클, 전태관
[추모글] 한국의 데이브 웨클, 전태관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8.12.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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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전태관은 우리에게도 데이브 웨클이나 하비 메이슨 같은 드러머가 있다는 걸 알린 긴 신호였다. 사진=봄여름가을겨울 블로그 캡처.

봄여름가을겨울은 빛과 소금과 더불어 대한민국에 재즈 퓨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팀이다. 그리고 그들이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로 우리에게 처음 기쁨을 주었을 때 그 중심엔 전태관이라는 드러머의 연주가 있었다.

전태관의 드러밍은 단정하면서 매섭다. 이것은 재즈에 록과 팝을 섞은 ‘재즈 퓨전’의 숙명 같은 특징이기도 하다. 깔끔하고 예리하다는 말로 바꿔 써도 무방한 이 섬세한 긴장은 전태관의 드럼 세계를 바닥부터 지탱한다.

그의 드럼이 단정하다는 말은 톤과 리듬 쪼개는 능력을 향한 칭찬이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이나 ‘알 수 없는 질문들’이 전하는 그 느낌은 김종진의 걸쭉한 펑키 기타와 송홍섭의 딴딴한 베이스에 집념 같은 그루브를 선물한다. 3집의 소품곡 ‘Don’t Do That, Burt!’ 같은 곡도 물론 좋은 예일 것이다.

전태관의 드럼은 또한 매섭다. 이는 리듬을 쪼개는 차원을 넘어 리듬을 베어내는 비트의 호전성에 관한 얘기로, 예로는 ‘어떤 이의 꿈’과 ‘아웃사이더’가 있다. 전태관은 이 두 곡에서 야무지게 담금질한 자신의 백비트를 청자들의 고막에 지체없이 내리꽂는다. 단순한 듯 그 맛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이 명쾌한 드러밍은 표현력과 해석력을 겸비한 ‘뮤지션’ 전태관의 장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종진은 이런 자신의 동료를 ‘한국 최고의 드러머’라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다. 전태관은 실제로 한국 최고의 드러머다. 지난 30년간 그가 깎고 다듬은 비트들은 우리에게도 데이브 웨클이나 하비 메이슨 같은 드러머가 있다는 걸 알린 긴 신호였다. 행여 당신이 지고지순 사랑, 화해와 동행을 강조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에서 ‘글로벌’의 숨결을 느낀 적이 있다면 그것은 전태관의 드러밍 때문일 확률이 높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성대 (한국대중음악상 록/모던록 선정위원)

* 이 글은 연예전문매체 <마이데일리>에도 함께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