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수천만원 호가 사진 도용...고소 위기
하동군, 수천만원 호가 사진 도용...고소 위기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3.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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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TV출연'지리산도사'김종관씨 작품 무단사용
김종관씨 25일 SNS에 심경토로및 고소장 게재
녹차과 관계자 "제대로 감수 못한 부분은 인정"
책제작자 J씨 "제 실수...선생님껜 드릴말이 없다"

하동군이 ‘지리산 도사’로 유명한 김종관 씨의 작품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고소위기에 처했다. 한 장에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씨의 사진들은 40년간 지리산 풍경만을 담아왔다.

군은 이러한 김 씨의 작품들 중 지리산 섬진강에 황금빛 노을이 스민 사진 한 장을 하동 녹차 홍보 책자에 무단으로 실었고, 김 씨는 자신의 허락도 없이 사진을 도용한 하동군 측에 “어떻게 관공서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6일 하동군 화개면 인근에서 미디어팜과 만난 김 씨는 “지인이 군에 들렀다가 <다향표원>이라는 책을 한 권 가지고 와선 '이거 김 선생 사진 같은데'라며 보여주었다. 내 것이 맞았다. 내 사진들은 지리산을 다니며 혼자만 알 수 있는 장소에서 찍은 것들이기 때문에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1년에 한 장 나올까 말까 한 사진을 발행인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책자에 관공서가 무단으로 실었다니 어이가 없었다”며 분개했다.

문제가 된 책 '다향표원'의 표지. 군 측은 "판매는 하지 않는, 하동군 녹차 홍보를 위해 만든 책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동군 녹차과 계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가 (책을)만들었다고 했다. 내가 ‘어디서 이 사진을 구입했냐’ 물었고 ‘문화관광과에서 받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문화관광과 누구냐’고 다시 물었는데 계장은 그제서야 ‘잘 모른다. 사진작가협회에서 받은 걸로 알고 있다’며 말을 얼버무렸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니 밝혀 달라 했더니 ‘기다려 달라. 잘못된 것 같다. 자기를 고소하라’고 했다”면서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아 군수를 고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길로 고소장을 들고 경찰 수사과와 상의를 했는데 경찰은 ‘정확하게 구별이 안 된다. 담당자와 한 번 더 확인해봐라’고 했다”며 하동군 측의 대응에 불만을 표했다.

경찰 측 말을 듣고 고민을 하던 김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문제의 책자를 만든 용역 업체 관계자 J씨였다. 김 씨는 “책자를 만든 사람이 어제 전화가 와서 자기와 만나자고 했고, 조금 전에 만나고 갔다. 그는 하동군에서 사진을 받았다며 검열 등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고 했다. 책자는 영어판 500부와 한글판 500부로 인쇄됐고, 군수가 하동 녹차 세계농업유산과 관련해 급히 만들어달라 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책임을 지겠다, 원하는 게 뭔지 말해라’고 했다”며 J씨와 대화 내용을 밝혔다. 김 씨는 답답해했다. 그는 “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나는 사진만 찍는 사람이라고, 서울에서 나를 지원·관리하는 갤러리 사람들과 얘기해라, 지금 이일로 서울에선 난리가 났다고 분명히 말했다. J씨는 불법 도용을 시인하며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도용 작품 원본으로 추정되는 2017년 한국공예관 기획 초대전 포스터(위)와 책 '다향표원'에 도용된 김 씨의 작품(아래). 김 씨는 작품을 도용하는 과정에서 원본을 마음대로 수정한 것에도 분개했다. 

미디어팜은 사실 확인을 위해 26일 오전 김종관씨를 하동에서 만나고 대전으로 막 떠난 지자체 컨설턴트 J씨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하동 녹차 관련 사진을 찍어왔다고 했다. 그는 “하동 녹차 세계농업유산 관련 책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료가 너무 없어 사진들을 받아 만든 거다. 하동군 뿐 아니라 녹차 단체 등 여러 군데로부터 CD, 파일 사진들을 엄청나게 받았다. 그걸 디자이너에게 넘겨 작업을 한 건데, 그 사진이 김 선생님 사진인 줄은 몰랐다. 알았으면 당연히 쓰지 않았다”며 “사실 제작 기간이 촉박했다. 세계농업유산 증서를 받을 때 급히 써야 한다 해서 대전에 있는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 한 달 만에 만든 거다. 어쨌거나 계약상 법적 책임은 기획을 한 저희가 다 져야 한다. 오해를 풀고 싶어 오전에 김종관 선생님을 만나러 서울에서 왔던 거다. 제 실수다. 김종관 선생님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진 도용을 인정했다.

본지는 책자 제작을 J씨 측에 의뢰한 하동군 녹차과 관계자에게도 연락을 취해 사진이 도용된 연유를 물었다. 그들 역시 감수를 제대로 못한 부분에 대해선 실수를 인정했다. 관계자는 "하동군 녹차를 홍보하기 위해 녹차 제조과정이나 아름다운 경관 사진들을 곁들여 외국 바이어들에게 주려고 만든 책자다. 판매는 하지 않는다"며 "사진은 용역 업체에 맡긴 것이고, 저작권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다. 감수를 제대로 못한 부분, 하나하나 체크를 못한 부분은 인정을 한다. 아무래도 하동군의 이미지 사진 중 하나가 딸려간 것 같다. 김종관님을 찾아뵙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려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지리산 도사' 김종관씨가 미디어팜과 만나 이번 하동군 사진 도용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하동군 공보계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 얘기는 들었다. 담당관과 김종관님이 통화를 한 것으로 안다. 군수님껜 보고가 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김종관 씨는 자신을 지원·관리하는 서울 소재 갤러리와 J씨의 법적 합의 결과에 따라 고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962년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용강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김종관 씨는 화개중학교, 진주상업고등학교, 한국국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녹차 제조 사업실패로 한때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 그는 녹차냉면, 녹차국수 등을 개발해 국내 대중식품으로 보급시켰을 뿐 아니라 외국에도 수출해 하동 녹차 세계화에도 공헌했다.

이러한 김종관 씨의 녹차식품 개발 및 인생역전 이야기는 KBS 1TV '아침마당', KBS 2TV '생생정보통', 다큐멘터리 '이것이 인생이다'와 '삶의 체험', MBC '임성훈과 함께', SBS '녹차 달인' 등 각종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하동군수로 출마해 낙선의 아픔을 겪기도 한 김 씨는 현재 농업(12대째 농사, 3대째 녹차 재배)에 종사하며 지리산 사진만을 한 해 30만 컷 분량으로 담고 있다.

 

*아래는 지난 3월 25일 김종관 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남긴 심경 및 고소장 내용이다. 이 내용은 현재 그의 SNS에서 내려진 상태다.-편집자주

 

세상은 요지경. 어떻게 관공서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고소장을 준비하여 접수하기 위해 오늘 하동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서울 모 업체에서 전화 한 통. 자기들이 책을 만들었다며 내일 지리산으로 내려갈 테니 만나보고 난 후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함. 그래서 접수하지 않고 내일 이후에 접수하기로 함.

도사는 작가도 아니고, 사진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며, 그렇다고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사진은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어렵게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SNS 친구님들 중에서 도사 사진을 수 천에 구매하고자 지리산에 왔다 구입하지 못하고 되돌아가신 분들이 간혹 있어 너무 죄송하며, 정식으로 이곳 지면을 통해 사과드리니 이해하여 주시리라 믿는다.

사진을 구입하시려 오신 분들 왈, 도사 어려운데 사진을 판매하고 다음에 다시 찍으면 되는데 왜 판매하지 않는지 의문점을 가진 분들도 많고. 또 사진 공모전에 왜 출품은 안하는지 왜 상은 받지 않는지 참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는 소리지만, 도사 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고 웃음으로 답변.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새벽이면 산의 공포를 무릅쓰고 지리산을 기어올라야 했던 도사다. 사진 한 장을 그렇게 쉽게 담을수 있을까. 말로 글로 표현 할 수 없는 도사만의 비밀들을 지리산은 알고 있으며 역사의 흔적을 남기며 오늘도 흐르고 있다.

 

“고소장”

피고소인: 하동군 ( )
주소: 경남 하동군 하동읍 군청로 23

고소인: 김종관
주소: 하동군 화개면 용강길 78~35

“고소취지”

고소인은 피고소인을 저작권법에 의해 고소하오니 엄벌에 처벌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범죄사실”

날짜 미상 하동군에서 발행한 세계중요 농업유산 하동 야생차 “다향표원”이란 책자에 지리산 도사 (김종관)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어 이 사진에 대해 출처를 밝혀주고 원본확인을 하동군에 요구했으나 하동군 관계 담당자 문화관광과에서 사진을 받아 사용했다고 함. 그러면 문화관광과 담당자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지만 모른다고 답변.

책자를 보면 하동군에서 제작한 것은 맞는데 언제 어떤 출판사에서 제작을 했는지 아무것도 없고 누가 어떤 방법으로 제작을 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고소이유“

고소인 김종관은 이 사진이 어떤 방법으로 유출되어 이 책자에 실렸고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고소하게 되었습니다.

상기 고소내용이 법에 위반이 된다면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문화 예술인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철저히 조사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19년 3월 25일 고소인 김 종 관

하동경찰서장 귀중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