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진주 출신 화가들 작품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진주 출신 화가들 작품 포함
  • 김시원 기자
  • 승인 2021.07.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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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화백의 ‘천년의 고가’(1961), 박생광 화백의 ‘무녀’(1980)
일무 이성자 화백의 ‘천년의 고가’(1961)

고 이건희 회장의 소장품 1488점을 기증받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개최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내년 3월 13일까지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는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백남순, 이상범, 김은호, 문신, 남관, 변관식 등 모두 34명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특별전에는 진주 지역 출신 화가인 일무(一無) 이성자(李聖子) 화백의 작품 ‘천년의 고가’(1961)와 내고(乃古) 박생광(朴生光) 화백의 작품 ‘무녀’(1980)도 주요 컬렉션으로 전시 중이어서 문화예술의 도시 진주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일무 이성자 화백의 ‘천년의 고가’(1961)

지난 2018년 이성자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개최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이성자 화백의 여성과 대지의 시대 작품 중 하나인 ‘천년의 고가’를 포함했다. 이는 미술계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천년의 고가’는 그가 고국에 두고 온 세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의 회고에 의하면 프랑스에서 초창기에 자신이 붓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걸음마를 막 떼고 엄마의 품에 안겨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그의 세 아들 때문이었다.

애간장을 녹이는 그리움을 화폭에 담아 대화하듯,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한국추상화 1세대 화가 이성자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미술기법부터 배웠고 프랑스가 수여한 문화훈장을 두 번이나 받은 이성자 화백의 대표 작품이 이번에 세상으로 나옴으로써 이성자 화백의 한국 화단에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성자 화백 미술작품 기증으로 건립된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지난 2015년 준공되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 전시하고 있다. 개관기념전으로 ‘은하수 그곳에 꿈을 꾸다’전을 비롯, ‘내고 박생광-대안동 216번지에서’, ‘도시를 넘어 우주로-소장품’전 등이 전시됐다.

 

내고 박생광 화백의 ‘무녀’(1980)
내고 박생광 화백의 ‘무녀’(1980)

내고 박생광 화백의 ‘무녀’(1980)

내고 박생광 화백은 진주시 망경동 15-2번지(강남로 315-3)에서 태어나 1920년 17세의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해방될 때까지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했으며 광복과 함께 귀국했다. 진주시 대안동 216번지는 청동다방이 있던 곳으로 박생광이 유학을 마치고 고향 진주로 돌아왔을 당시 설창수를 비롯한 진주지역 예술인들이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억눌렸던 예술의 혼을 되살리고자 조직한 문화건설대의 모임 장소이다. 개천예술제의 시초인 영남예술제의 탄생을 이뤄낸 곳이자 진주의 예술이 태동한 장소이다.

‘색채의 마술사’ 혹은 ‘민족혼의 화가’로 불리는 박생광은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단색조의 모노크롬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1980년대 초반 민화를 비롯해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토속적인 이미지를 단청의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담아 당시 국내 화단에 새로운 바람과 충격을 줬다.

민속적이고 원색적인 색감이 다채로운 박생광의 ‘무녀’는 “일반 회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무신과 부적이 등장하고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오방색들이 강렬하고 생생한 장면을 만들어낸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