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식재 간격에 대해서 알아보자.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대다수는 인터넷과 농업기술센터 자료 등을 통해 식재 간격의 중요성을 들었을 것이다. 특히 식재 간격은 작업 및 수확의 효율성, 수확량, 전정, 재배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내가 얘기하는 식재 간격은 노지 토경재배, 노지 용기재배에 한정되며, 이견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 보겠다.
블루베리 과원을 경영하는 농장주 누구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한다.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출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식재 간격은 바로 이 수익 창출과 직결되는 요소이다.
또한 용기재배의 경우 수고스럽지만 용기간의 간격 조정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토양에 블루베리를 한번 식재했을 경우 뽑아내지 않는 이상 간격 조정이 힘들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후 식재를 결정해야한다.
필자의 경우 블루베리 묘목을 직접 삽목해 묘목을 생산한 후 농장을 조성했다. 묘목구입 비용에 대한 부담이 타 농장에 비해 적었기 때문에 열간 1.5m, 주간 1.2m의 간격으로 밀식을 통해 단위 면적 당 수확량을 최대화 하려고 했다.
식재 후 3년간은 나무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식재 간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과원을 운영했으나, 식재 4년차부터 나무가 농장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성장했다. 겉보기엔 너무나 훌륭한 농장이었으나 농장 안에 들어가 작업할 땐 여유 공간이 너무 없어 작업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특히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수확 시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이 아예 없이 터널처럼 우거져 허리를 90도로 숙이지 않으면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극대화 한다는 목표는 달성했으나, 수확 작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극도로 비효율적이었다.

매출은 높았으나 수확 시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 순이익 측면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허리를 숙이고 다니며 수확하느라 시간당 수확량이 평균 대비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좁은 공간에서 몸의 방향을 이리저리 돌리느라 열매송이를 건드려 과분이 닦여 상품성이 떨어지고, 블루베리 열매가 송이 째 떨어져 1년 동안 땀 흘려 키운 블루베리를 땅바닥에 버리기 일쑤였다. 농작업을 할 때에도 수레를 끌고 지나다니면 가지가 부러지고 꽃이 떨어져 농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러다 보니 다음해 전정을 할 때 전정의 기본과는 반대로 바깥으로 향하는 가지는 자르고 안으로 향하는 가지는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잎이 무성하다 보니 햇빛이 블루베리의 기부까지 다 내려가지 못하고, 통풍이 원활하지 못해 병충해에 시달렸다. 이른 봄에 유기질 비료를 뿌려도 블루베리 잎이 우거져 비가와도 잘 닿지 않아 장마철이 되어서야 유기질 비료가 녹아 가을에 웃자라고 겨울에 동해피해를 입기 일쑤였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5년 동안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블루베리 나무를 일정 구역만 한 줄씩 파내는 작업을 했다. 현재도 좁게 식재된 구역에 들어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올해는 꼭 파내야지’라고 다짐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노지 토경재배의 적당한 식재간격은 최소한 열간 2.5m, 주간 1.5m 이상이다. 이 정도의 간격이 유지되었을 때 블루베리는 충분한 공간 속에서 마음껏 성장하여 주당 5kg 이상의 수확량을 생산할 수 있다.
결론은 ‘나무 사이의 충분한 공간을 두어 주당 수확량을 최대화 할 경우 밀식재배를 했을 때와 비교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였다. 넓은 식재 간격으로 인해 수확 시 인력의 효율성이 높아져 나무를 파낸 뒤에도 순이익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위 면적당 식재 주수가 적기 때문에 식재 비용은 대폭 줄어들게 되어 초기 식재 비용의 부담을 덜어준다. 햇볕이 바닥까지 잘 닿고 바람이 시원하게 통하므로 병충해의 발생이 대폭 줄어들어 과원 관리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은 대부분 블루베리 농장이 1,000평 가량의 소규모다. 따라서 기계 수확하는 미국의 대규모 농장과는 달리 손으로 전부 수확해야하기 때문에 식재 간격을 미국과는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이에 따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블루베리 사이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수확을 포함한 농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건강한 블루베리 나무를 키워 주당 수확량을 늘려 ‘수확하고 나서 인건비 주니까 남는 게 없더라’고 투덜거리는 일 없이 성공적인 블루베리 과원의 농장주가 되길 바란다.
산청군 비비베리팜 유병부 대표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