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KTX 종착역 후보 선정 '의회 패싱'?
거제시, KTX 종착역 후보 선정 '의회 패싱'?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12.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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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윤부원 시의원이 변광용 거제시장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사진=거제시의회 제공.

거제시가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종착역 후보지를 선정해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의회가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집행부는 "민감한 사안이라 알려지면 시끄러울 수 있다"며 대의기구인 시의회를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는 지난 1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직후 자체 용역을 진행해 상동과 사곡, 명진 3곳을 후보지로 압축, 4월 중 ‘거제시 의견’으로 경남도에 제출했고 경남도는 이를 국토교통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시는 이 사실을 7개월여 동안 시의회에 보고하지도 않았고 여러 차례 질의에도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일이 지역여론을 무시한 밀실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거제시가 서부경남 KTX 종착역 후보지를 선정·보고한 사실도 한 시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우연히 드러났다.

지난 20일 열린 제212회 거제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윤부원(자유한국당) 의원이 종착역 이슈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종착역이 어디가 적정한지에 대해 시가 입장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다. 거제시 입장을 명확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결정 권한은 국토부에 있다"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온 변광용 시장은 이날도 마찬가지로 "관계 기관을 찾아 시민 모두가 공감하는 최적지를 역사 입지로 결정해 줄 것을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따지자 변 시장은 "내부 용역을 거쳐 사곡과 상동, 명진 지역 세 군데를 일단 거제시 의견으로 제출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했다. 집행부가 KTX 역사와 관련된 용역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후보지를 선정해 정부에 보고까지 마쳤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윤 의원은 "이런 중요한 일을 왜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나" 따졌고 변 시장은 "경남도나 국토부에서 역사와 관련해 '거제시 의견이 어떠냐'고 계속 물어왔다"며 "더욱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답을 해야 해서 내부적으로 그런 절차를 가졌다"고 해명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불거지자 옥영문(더불어민주당) 의장도 "거제 50년, 100년 미래라고 하면서 주민의 대표인 의회는 아무것도 모르고 집행부 안에서 자기네들끼리만 그 결과를 위에 보고했다. 그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김태수 안전도시국장을 상대로 강하게 질타했다. 옥 의장은 이어 "내부 참고용이라 굳이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결국 '거제시 의견'으로 올라갔다. 국토부나 도에선 지역 여론이 '세 군데로 정리가 됐구나' 판단하지 않겠나"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국장은 "지역에서 오픈을 하면 더 시끄러워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다소 조심스럽게 추진했다"고 대답했다.

김 국장의 해명에 시의회는 "논란을 키운 건 오히려 집행부"라고 지적했다.

전기풍 의원은 "잡음을 자초한건 거제시의 밀실행정"이라며 "지역 간 갈등이 뻔한 사안에 대의기구인 시의회를 배제한 것은 시민을 무시한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의회의 기능을 무력화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안"이라며 변 시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노골적인 의회 패싱’이라 반발하며 "안하무인인 집행부도 문제지만, 이미 여러 번 봤듯이 시에 대한 견제를 스스로 포기한 시의회도 이번 기회에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변 시장은 "올 1월 예타 면제 발표 이전부터 후보지로 거론돼 온 곳들로, 이미 경남도 TF팀이 이들 3곳에 대한 현장 조사를 여러 차례 했다"면서 "아직 의견 공유 차원일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조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