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원칼럼] 조심스럽게 다녀온 사천시 남일대해수욕장
[김시원칼럼] 조심스럽게 다녀온 사천시 남일대해수욕장
  • 김시원 기자
  • 승인 2021.07.3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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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남일대 해수욕장
사천시 남일대 해수욕장

딸들이 방학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금지시켰지만 방학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일까. 해수욕장에 가보고 싶다는 둘째의 조심스러운 요구가 나왔다. 뒤이어 첫째, 셋째도 동참한다.

계곡과 워터파크는 사람이 많고, 어쩌면 해수욕장은 괜찮겠다 싶어 1주일 전부터 약속을 정했다. 7월 29일 오전 9시30분 출발이 나와 딸들의 약속 시간이다. 장소는 사천시 남일대해수욕장이다. 거주하고 있는 산청에서 약 1시간 거리다. 가장 가까워서 선택했다.

약속한 당일 9시30분에 출발해 정확히 1시간이 걸려 사천시 남일대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한산하다. 주차를 하고 튜브와 간단한 간식거리, 돗자리를 챙겨 해수욕장으로 걸어간다. 해변은 주차장에서 1분 거리에 위치했다. 입구에서 열 체크와 출입등록을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한산하다. 관리 인원이 코로나19로 인해 평일에는 전멸이라고 말한다. 휴가철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실하게 된다는 씁쓸한 답변도 한다. 바닷물에 들어가서도 마스크 착용을 당부한다.

해변에는 약 20여 개의 파라솔이 있지만 5개 정도에만 사람들이 있다. 파라솔 임대 가격은 1만5000원. 파라솔을 임대하지 않고 텐트나 그늘막을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짧은 시간만 머물기에 파라솔을 빌린다. 2시간만 있다가 간다니 파라솔 가격도 1만원으로 할인해준다.

파라솔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해변가엔 사천시 대학생 아르바이트들이 수초 제거 작업에 열중한다. 약 10여 명이 작업하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수초의 양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딸들에게 준비운동까지 시킨 뒤 바닷물에 발부터 담근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서부터 나올 때까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 해수욕장 전체에 수초가 깔려있다. 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발이 닿이지 않는 곳 빼고는 전부 수초가 밟힌다. 해변가에서 아르바이트들이 정리하고 있는 수초들은 바닷속에 있는 양에 비해서는 세발의 피다.

마스크, 비닐, 과자봉지 등 각종 쓰레기도 보인다. 튜브를 타고 다니면서도 깨끗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바닷물을 보기만 해도 더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얼굴에 바닷물이 닿는 것조차 기분이 상한다. 또 마스크로 인한 불편함도 크다. 방수마스크를 착용한다 해도 바닷물이 들어와 입을 적신다. 반쪽짜리 물놀이를 해야한다.

약 30분 정도 놀다 결국 포기하고 돗자리에 앉아서 옥수수를 먹는다. 배고프다는 딸들의 성화에 다른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가를 찾았다. 치킨을 먹고 싶다는 요구에 한마리 주문한다. 식당도 한산하다. 5~6개 식당이 있지만 치킨, 식사 종류만 가능하다. 다른 해수욕장처럼 핫도그, 닭꼬치 등의 간식류를 판매하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소규모 해수욕장이라서 그런듯하다.

치킨을 먹고 다시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맨발로는 수초 때문에 도저히 바다에 들어가지 못해 신발을 신는다. 그냥 집에 가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뻔했으나 딸들 눈치에 조금 더 놀기로 했다. 그렇게 30분가량을 더 놀았다. 그런데 딸들이 돌아가자는 말을 먼저 한다. 다음부터 해수욕장에는 오지 말자는 말과 함께...

2시간을 계획했지만 정확히 1시간 30분을 머물렀다.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 우리가 귀가할 때쯤 파라솔 10여 개에 주인이 생겼다. 텐트도 많이 늘었다. 그래도 한산하다. 해수욕장 전체에 관리 인원을 제외하면 30여 명 정도가 전부다. 가장 더운 시간인 낮 12시에도 손으로 사람들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다.

바닷물이 조금만 더 깨끗했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해수욕장이 휴가지로 좋을듯하다. 물론 물놀이할 때조차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거리두기는 확실히 된다.

수건으로 대충 닦고 돗자리까지 챙겨서 수돗가로 향한다. 수돗가 바로 앞 샤워시설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함에 집에 가서 씻기로 한다. 발과 다리만 대충 씻고 차에 수건을 깔고 모두 탑승했다. 차에 모래가 가득하다. 찝찝하지만 코로나19 공포에 집까지 참는다. 다시 1시간을 돌아 집에 도착. 그렇게 왕복 3시간 30분 만에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앞으로 다시 갈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기억은 아니다. 다녀와서 세차하는 시간이 2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이 계곡과 워터파크, 혹은 수영장있는 펜션을 왜 가는지 다시 한번 알게됐다.

김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