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글씨 광제암문은 1200여년 전 통일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적었다고 알려져 있다.
최치원 선생은 나라의 망해감을 느끼고 관직을 버린 뒤 유랑하던 시절 산청 단속사에 머물렀다. 이때 단속사 입구에 돌을 깎아 적은 글씨가 광제암문이다.
<동국여지승람> 진주조를 보면 "단속사는 지리산 동쪽에 있으며 동굴입구에 최치원이 쓴 '광제암문'이란 네 글자를 새긴 돌이 있다" 쓰여 있는데 광제암문이 최치원 선생의 글씨임을 확인해준다.
산청군 단성면 청계리 용두에 있는 광제암문은 단속사 입구에서 약 2km 떨어져 있다. 광제암문에 도착하면 낮지만 가파른 돌이 보인다. 앞으로는 작은 계곡이 흐르고, 뒤로는 대나무가 있는 낮은 언덕이다.
마을사람들에 의하면 가파른 돌은 예부터 눈이 올 때 아이들 놀이터로 자주 이용했는데, 위를 바라보면 비탈진 돌 위에 ‘광제암문’이라는 암각글씨가 있다.
단정하면서도 웅장한 글씨는 1200여년 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하다. 광제암문 옆으로는 조선시대 말기와 해방 후 이곳을 찾은 선비들의 이름이 새겨진 글씨도 함께 있는데 지금은 많이 지워진 상태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광제암문은 수많은 선비들의 발자취를 단속사로 옮기게 했다. 옛 선비들은 지리산에 가기 전 이곳 글씨를 보고 갔으며, 그것은 조선시대 후기까지 이어졌다.
이를 증명하듯 광제암문의 많은 탁본이 세상에 있다. 그 수많은 탁본들 덕분에 광제암문 글씨 부분에는 때가 끼지 않고 현재까지 깨끗한 상태라고 한다.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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