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청에서 친환경 바나나 농사를 짓는다 (1)
저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말, 방학이면 어김없이 부모님의 일을 도와야했고 학기 중, 심한 경우에는 시험기간에도 농장에 불려가 농사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저에게 농업이란 힘들고 귀찮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그 전공을 살려 베트남 현지 한국기업에서 자재구매, 수‧출입 통관, 외주업체 관리업무를 했습니다. 2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하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수익, 발전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농업분야에 뛰어들어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열심히만 한다면 지금 받는 연봉보다는 훨씬 더 벌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국한 후 부모님의 파프리카 농장에서 5년 동안 농사를 배운 후 영농창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부모님에게서의 독립
파프리카 농사를 승계하면, 영농기술이나 농장 관리 및 경영, 판로확보 등 많은 측면에서 수월하게 시작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프리카의 공급초과/수 요위축의 고착화로 인하여 부모님께서도 대체작물을 모색하고 계신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향인 제주 도에서 바나나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의 도움과 30년 전 부모님이 직접 바나나를 재배해보셨던 경험, 기후 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한 아열대 작물 재배에 대한 경 상남도의 관심이 어우러져 재배작물을 바나나로 결정 하게 되었습니다.
■ 좌충우돌 정착기
재배작물을 바나나로 결정한 후 입지선정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부모님의 파프리카 농장이 위치한 진주시 대곡면에서는 바나나 재배에 필요한 면적만큼의 부지를 확보하기 힘들었습니다. 진주시의 다른 면들, 인접 시‧군을 뒤지면서 재배적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버섯재배를 하시는 친구의 아버지의 소개로 지금 농장이 위치한 산청군 생비량면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시설하우스가 거의 없어서 농장의 확장이 용이할 것 같았고, 청정지역인 산청이 가진 환경적인 장점이 앞으로 재배할 친환경 바나나와 시너지효과를 낼 것 같아서였습니다.
바나나는 대략 5.5미터까지 자라는 식물이라 시설의 크기가 엄청나,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첫 번째 바나나온실은 부모님의 도움과 농자재회사에는 외상, 제 개인투자로 지어졌습니다. 저는 첫 번째 바나나온실에서 바나나가 생산되고, 두 번째 온실을 증축하려는 과정에서 청년창업농으로 선발되어 청년창업농 자금 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청년창업농 대상 컨설팅 위원인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추가 자금을 융통한 후 두 번째 바나나온실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바나나를 재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알고계시는 30년 전의 재배기술은 시간이 흐름에 뒤쳐진 기술이 되어있었고 저는 제주도를 수십 번 왕복하면서 새로운 바나나 재배기술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강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