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푸는 스트레스" 합천 엔돌핀 김윤지 대표
"커피로 푸는 스트레스" 합천 엔돌핀 김윤지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7.01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출신, 경남정보대 경찰경호행정과 졸업
부모님이 귀촌한 합천, 21살 때 내려와
2018년 5월1일 오픈 "쉴땐 커피 트렌드 확인"
메뉴로 죽순·탱자·칡·유기농팥 등 활용

 

합천 엔돌핀커피숍 김윤지 대표는 경찰인 부친의 영향으로 경남정보대학교 경찰경호행정과를 졸업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합천읍내에 자리한 엔돌핀 커피숍 김윤지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먼저 귀촌한 부모님을 따라 합천을 삶의 터전으로 택한 그는 경찰인 부친의 영향으로 경남정보대학교 경찰경호행정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경찰이라는 한 길을 고민하고 팠지만 시험 운이 따르지 않았고, 김 대표는 과감히 해당 직종을 포기한다. 그러고 만난 것이 바로 커피. 그는 6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2018년 5월 1일 지금의 엔돌핀을 열었다. 직접 유기농 농사를 지어 생산한 농작물을 딸의 가게에 보태주시는 모친의 응원을 등에 업고 그는 지금 또 다른 한 길을 파는 중이다. 체질이 '집순이'여서 회와 꼼장어, 전자오락실이 없는 것 외엔 비교적 시골인 합천 생활에 만족한다는 김윤지 대표. 커피와 수다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자신의 취향을 토대로 가게 이름도 '엔돌핀'으로 지은 그를 합천읍에서 만났다. 

 

▲고향은 어딘가.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이 귀촌하신 합천엔 21살 때 왔다. 부산에서 대학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합천은 방학 때 종종 오던 곳이다. 

▲대도시에서 살다 와 조금 갑갑할 것 같기도 한데.

원래 ‘집순이’여서 괜찮다(웃음).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 좀 오래 걸린다 뿐이지, 딱히 불편한 건 없다. 아, 오락실이 없어 스트레스 풀 곳이 없는 건 살짝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철권’도 좋아하고 농구공 던지기도 좋아한다. 취미는 영화감상인데, 이것도 극장보단 집에서 검은 막 치고 혼자 보는 걸 좋아한다. 회와 꼼장어를 먹고 싶을 때 못 먹는 것도 조금은 불편한 부분이다.

▲본래 전공은.

아버지께서 경찰이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모습이 멋있다 생각하며 컸다. 그 영향으로 경남정보대학교 경찰경호행정과를 다녔다. 경찰 하려고 직진했는데, 시험이 안 됐다. 포기할 땐 빨리 포기해야지 생각했다. 나이는 차는데 결과가 없으니 불안하고, 공부할 땐 같은 취준생이었는데 동기들 합격하는 모습 보면 더 마음이 급해져 공부가 안 되고 그랬다. 사람 상대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았고, 뭘 할까 생각하던 차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합천 엔돌핀 내외부 모습. 사진=김성대 기자.

▲가게는 언제 연 건가.

지난해 5월1일 열었다. 커피 업은 처음이다. 제안은 엄마가 먼저 해주셨다. 합천에 와 모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고객 응대 하는 일을 했는데 ‘남 밑에 일하는 게 아깝지 않냐’시는 거다. 6개월 정도 커피와 음료제조법을 대구 등지에서 배웠다. 가오픈은 4월에 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오픈하고 원두를 세 번 바꿨다. 테스트는 한 달 정도 했는데, 신맛이 나는 원두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합천 분들은 부드럽고 고소한 원두를 좋아하셨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은 섣불리 하면 안 된다는 것과 6개월은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걸 절감했다(웃음).

▲손님은 좀 오는 편인가. 주로 어떤 층이 많이 오는지.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엄마께서 유기농 팥 농사를 지으시는데, 고은 조청 넣은 팥을 얹은 빙수를 일부러 드시러 오는 손님들도 계신다. 한 번은 합천 바이크 문화체험 카페 ‘모토라드’ 블로그에 그 팥빙수가 올라간 적이 있는데 그걸 보신 울산 손님께서 "저 빙수 진짜 좋아하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하신 적도 있다. 엄마 손맛 덕을 본 거다(웃음). 인근 손님들 중엔 군청, 소방서, 읍사무소 직원 등 공무원 분들이 많은 편이다. 물론 정년퇴임 하시고 모닝커피를 즐기시는 어르신들도 좀 된다. 엔돌핀은 사실상 1인 카페처럼 운영되는 곳이어서 손님들과 얼굴 익히고 피드백을 직접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김 대표의 모친은 직접 지은 농작물들로 딸의 가게를 살찌웠다. 사진=김성대 기자. 

▲쉴 때는 주로 뭘 하나.

진주, 대구 등에 가서 커피와 음료 트렌드를 확인한다. 사실 가게 열기 전 좀 더 기간을 길게 잡고 유명한 카페들도 가보고 특별한 음료들을 파는 곳들도 가봤어야 했는데, 그런 아쉬움이 장사하면서 느껴졌다. 그래서 개업 후 계속 풀타임으로 해오던 일을 지난달(5월)부턴 첫째 주와 셋째 주 한 달에 두 번 쉬는 걸로 바꿨다. 일요일은 저녁 5시까지 영업한다. 짬짬이 나는 이런 시간들로 빵을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가게 이름을 '엔돌핀'으로 지은 이유는.

제 경우 말(수다)로 스트레스를 푼다. 저희 가게 손님들도 커피 한 잔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 좋게 가셨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지었다. "내가 사장님 웃는 거 보면 엔돌핀이 솟는다" "사장님 웃는 거 보려고 여기 커피 마시러 온다"라는 말씀들을 들으면 정말 기분 좋고 감사하다. 기분 좋고 마음 편한 장소. 그런 곳으로 남고 싶다. 

엔돌핀의 대표 메뉴들. 죽순과 탱자, 칡이 들어간 음료들은 이곳의 자랑거리다. 조청에 담근 유기농 팥으로 맛을 낸 팥빙수도 맛나다. 사진=김성대 기자. 

▲프렌차이즈를 선택하지 않았다.

해인사나 합천호 주위는 관광객 상대이지만 이곳은 '동네장사'여서 원두 가격도 최대한 낮추고, 빙수 가격도 최대한 거품을 뺄 수 있다. 가령 반가운, 오랜만에 오시는 손님들에겐 빙수 양을 좀 더 드린다거나 할 수 있는 거다. 이는 틀에 맞춰 해야 하는 프렌차이즈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프렌차이즈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한다. 저는 커피를 마실 때 주로 개인 카페를 간다. 사장님의 취향이 가게에 있고, 프렌차이즈의 획일화 된 원두 맛이 아닌 그 가게만의 맛이 나는 커피를 찾으면 기분이 좋다.

▲메뉴에서 죽순과 탱자가 보인다.

죽순 에이드는 엄마가 담아오신 죽순 효소로 만든 메뉴다. 죽순은 더워지면 캘 수 없어 여름엔 맛보기 힘들다. 탱자차 역시 어머니가 담그신 건데, 어릴 때 먹던 맛이라며 찾으시는 분들이 있다. 탱자는 저희 외가가 있는 경북 안동에서 가져온 것이다. 끈적거려 담그기 번거로움에도 챙겨주시는 엄마께 늘 감사드린다.

▲각오 한 말씀.

누구나 합천에 오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곳으로 저희 가게가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실력과 정성, 서비스가 뒤따라야 가능할 일이다.

김성대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