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의 오늘의 식후경] 맛·멋의 영혼이 깃든 예술의 도시, 통영
[PSY의 오늘의 식후경] 맛·멋의 영혼이 깃든 예술의 도시, 통영
  • PSY
  • 승인 2019.06.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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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를 우연히 보트투어 하게 됐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선 구경, 후 식사’를 잡고 통영 바다 냄새를 양껏 마신 뒤 일행과 함께 ‘다찌’ 투어에 나섰다.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인기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덕에 통영 고유 술 문화 다찌가 재조명 되고 있다. 옛 뱃머리인 항남동에 다찌골목이 형성됐고, ‘1인 만원 다찌’ ‘반 다찌’ ‘한상 3만원’ 등 각양각색 다찌 버전들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가벼운 주머니를 헤아려 술, 밥, 회를 한 번에 해결케 해주던 통영 다찌의 옛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 1인 5만원이 넘는, 초밥집보다 비싼 다찌에는 안타까운 심정마저 든다.

다찌계의 최강자 ‘베스트 반다찌’. 055)644-6189.

진주의 ‘실비’, 마산의 ‘통술’, 통영의 ‘다찌’. 그날 잡은 저렴한 해산물, 싱싱한 채소를 소주 한 병과 함께 만 원으로 즐길 수 있었던 서부경남의 옛 정취는 온데간데없이 갈리는 호불호와 천차만별인 상차림, 무분별한 가격차는 지역의 고유 술 문화를 자랑거리에서 걱정거리로 전락시켜 버렸다.

다행히 이번에 들른 회 식당의 점심 ‘특물회’는 좋았다. 숙성된 육수 속에는 자리돔, 광어, 밀치, 전복, 해삼, 멍게 등 해산물들로 그득했다. 마치 통영바다를 한 그릇에 담아 놓은 느낌이랄까. 살얼음까지 떠 있으니 더 볼 만 했다. 이곳은 회정식도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다음엔 그걸 맛봐야겠다.

통영의 오래된 야식 '우짜'. 
회 정식의 명가 ‘한산 회 식당’. 055)641-6520.

다음은 오랜만에 통영에 들른 일행을 위해 ‘우짜’를 맛보러 갔다. 우짜는 우동 면발 위에 짜장 소스를 부은 것으로, 늦은 밤 허한 속을 달래주는 통영의 오래된 야식이다.

통영 대표 음식 충무김밥도 지나칠 수 없다. 무우석박지의 깊은 맛과 몸값이 오른 오징어무침, 멸치육수로 깔끔한 시락국은 가히 최고다. 참고로 충무김밥은 기계로 싸는 집보단 손으로 흰 쌀밥을 햇김에 직접 마는 곳을 찾는 게 좋다.

충무김밥 택배 맛집 ‘문화마당 충무김밥’. 055)641-0097.

570여개 섬이 있는 통영시는 아름다운 바다와 풍요로운 해산물, 거기서 우러나오는 예술적 기질로 충만한 국내 최고 여행지다. 이번엔 연대도 출렁다리로 끝냈지만, 여름의 시작에만 볼 수 있는 수국 핀 연화도를 보러 PSY는 다시 한 번 배에 오를 것이다.

글·사진 / P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