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주택도 건축이다” 이현일 중정아키텍 대표
“조립식 주택도 건축이다” 이현일 중정아키텍 대표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5.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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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주택 대부분 비전문가 시공…부실공사·하자 만연
이 대표 "조립식 주택도 '건축', 부정적인 인식 바꿀 것"
중정아키텍, 지역 시공사 중 드물게 자재공장도 운영해
오는 9월 진주 강주연못 인근 230평 조립식 카페 건축
사천시 축동면 서삼로 1317-12에 위치한 중정아키텍.
사천시 축동면 서삼로 1317-12에 위치한 중정아키텍.

사천시 축동면에 위치한 중정아키텍은 H빔 등 철구조물 제조하고, 그것을 활용해 조립식 주택을 건축하는 기업이다. 지역 기업임에도 확실한 A/S는 물론 뛰어난 근무환경 덕분에 근로자들이 스스로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 꼽을 정도다. 그 이유를 이현일 중정아키텍 대표의 남다른 경영마인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현일 대표는 ‘조립식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보자’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조립식 주택에 대한 사회인식이 그 장점에 비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조립식 주택을 일명 ‘싼마이’(싸구려를 뜻하는 속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인식이 조립식 주택의 잘못된 시공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전문가가 아닌 용접 할 줄 아는 사람, 피스질 할 줄 아는 사람이 모여 집을 지으니 완성도가 없는 것은 물론 하자와 부실시공이 만연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이어 그것은 ‘건축’이 아닌 ‘집짓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조립식 주택의 모든 과정을 도면화 시켜 시스템화 했다. 보통의 조립식 주택 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자재 제조공장도 운영 중이다. 단 하나, 조립식 주택의 인식변화를 위해서 말이다.

 

이현일 중정아키텍 대표는 회사 오픈 이후 맡은 모든 시공을 도면으로 만들어 시스템화 시켰다. 또 지역 시공사로는 드물게 자재공장도 운영한다. 조립식 주택에 대한 인식을 '건축'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2000년도에 조립식 자재를 제조하는 기업에 총무과로 입사하며 업계에 발을 담갔다. 총무과로 입사한 그였지만 자재를 알아야 일할 수 있다는 상사의 조언에 따라 현장에서 자재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헌데 그는 일하면서 단순히 자재 명칭만 외우는 게 아닌 머릿 속으로 수많은 자재들을 어떻게 사용해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 상상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총무과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고, 영업팀으로 자원해 들어갔다. 영업팀에서는 그가 상상속으로만 펼쳤던 일들을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대표가 생각했던 것이 시공에 100% 연결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는 개인사업자를 내고 시공까지도 직접 해보기로 결심했다. 자재부터 시공까지 주택의 모든 것을 관리·감독할 수 있으니 완성도는 자연스레 따라왔고, 이는 곧 고객만족이었다.

사업은 일취월장해 2008년 이 대표 매출은 가장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영업과 시공을 겸하면 위험부담, 시간 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영업은 포기하고, 시공으로 완전히 눈을 돌렸다. 영업을 포기해 매출은 줄었으나 시공을 집중한 덕분에 작업의 정확성 및 완성도는 높아졌다. 실수나 잘못된 시공으로 두 번 일할 필요도 없어 자재비, 인건비 등 경비절감효과도 있었다. 이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번 더 욕심을 냈다. 2014년 지역 시공사로서는 드물게 자재 제조공장까지 만든 것이다. 그는 건축을 전공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도면까지 직접 그릴 정도로 조립식 주택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면 모를까 지역에 있는 조립식 주택 시공사가 자재공장까지 만들어 운영하는 일은 적다. 하지만 나는 우리 스타일로 자재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완벽한 집이 가능할 것이라 확신했다. 틀에 갇힌 자재도 싫었고…금액적인 부분은 내가 덜 받아 가면 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허 받은 공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이력의 시공팀이 붙은 것도 아니다. 알맞은 자재를, 정확한 도면으로, 정상적이게 시공했을 뿐이었지만 이 대표는 조립식 주택을 ‘건축’ 했다. 허나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이 대표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싱크대서 움직일 주부의 동선 등 작은 것 하나까지 고민해 조립식 주택을 지엇는데, 인테리어 업자가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치 않고 내부를 구성하니 주택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대충 할 줄 아는 사람이 모여 집을 지으니 하자와 부실시공이 만연하고, 이는 곧 조립식 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자재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이 대표는 오는 9월 진주 강주연못 인근에 230평 규모로 오픈하는 조립식 카페 건축을 앞두고 있다. 이 카페에 그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요즘 철근 콘크리트 노출 방식의 카페가 많다. 콘크리트라는 그 자체로도 독성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카페와 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콘크리트라 건물 내부에서 사람이 대화를 하면 많이 울린다. 반면 조립식 구조로 만들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리를 일부 흡수시킬 수 있다. 독성도 전혀 없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업계의 고령화에 대해 지적했다. 수많은 현장을 돌아다녀도 젊은 친구 한명 보기가 어렵다는 것. 그의 말처럼 건설·건축업계는 차세대 전문인력 품귀현상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건축인이 해외 설계사무소·연구기관서 선진기술을 터득,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대표는 “젊은이가 있어야 업계 발전은 물론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며 “젊은 친구들이 건축·건설업계에 뛰어들면 좋겠다. 3D 업종이라고 외면치 말고, 열정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