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의 오늘의 식후경] 전라도 산해진미와의 조우 '남도여행'
[PSY의 오늘의 식후경] 전라도 산해진미와의 조우 '남도여행'
  • PSY
  • 승인 2019.05.21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비싼 가로수길'이 돼버린 메타세콰이어길.

PSY의 고향이 하동이라 그런지 전라도는 항상 친근함이 배어있는 곳이다. 정치적 성향을 제쳐두고 보면 발효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인지라 나의 입맛에는 가장 적격인 곳이다.

이번 여행의 핵심지 광주는 일단은 광역시답게 전라도의 산해진미가 다 모여있고, 인근 30분 거리에 넓은 나주평야와 영광 법성포의 넓디넓은 갯벌, 담양의 푸른 기운과 상무지구의 젊은 문화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먹거리 타운인양 느껴졌다.

묵은지와 수육의 콜라보로 탄생한 '삼합계'의 다크호스.

먼저 들른 나주 혁신도시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분양 아파트 단지처럼 고즈넉한 모습에 안타까운 맘이 들어 그냥 영산포 쪽으로 가 홍어를 주문했다. 옛 나루터였던 곳은 전쟁 시 흑산도에서 피난 온 섬주민들이 홍어를 삭혀 먹던 시발점이 됐던 곳이라 그런지 홍어를 파는 상점들이 즐비해 있었다. 나름 내공이 있다 자부하는 PSY인지라 홍어코와 애를 당연히 챙겨 넣어왔다. 묵은지와 수육과의 콜라보로 '삼합계'의 진정한 다크호스임이 명백하다. 코를 탁 쏘는 자극적인 상쾌함을 모르는 분들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편이라 입맛이 비슷한 이들과의 조우를 권하고 싶다. 이른 봄 돋아오른 보리새싹순을 넣고 끓인 애탕이야말로 홍어 마니아들의 끝판일 것이다.

두 번째 지인 소개로 들른 감자탕 집에서도 남도식 요리의 진수는 이어졌다. 저장해둔 고구마순을 넣고 끓인 감자탕은 깊으면서도 사람을 끄는 감칠맛에 특허까지 냈다는!! 몇 년전 전주 여행시 이미 맛봤던 터라 익숙한 현지인처럼 맛있게 고구마순을 추가해가면서까지 먹었다. 택배로 시켜먹고 싶을 정도의 맛이라면 이해들 되려나.

광주 고구마순 감자탕은 택배로 시켜먹고 싶을 정도의 맛이었다.

세 번째 간 곳은 담양의 죽녹원 근처. 유명한 떡갈비 대신 강가에 늘어선 국수거리로 향했다. 산들바람이 부는 강가 평상에 앉아 동동주와 국수를 먹고 있자면 이것이 진정한 신선놀음이구나 싶다.

물론 육수와 고명으로 각자 맛을 뽐내지만 무엇보다 담양 국수거리의 명물은 약계란이지 않나 싶다. 한약재를 넣은 커다란 가마솥에서 약물로 오래 삶은 약계란은 촉촉하면서도 은근한 향으로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간단히, 부담없이 먹기엔 제격인 메뉴다.

담양 국수거리의 명물 '약계란'.
산들바람이 부는 강가 평상에 앉아 동동주와 국수를 먹고 있자면 이것이 진정한 신선놀음이구나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편하게 갈수 있던 메타세콰이어길이 입장료를 내야하는 비싼 가로수길이 돼 버린 것과, 작정하고 조성된 메타프로방스가 제 빛깔을 찾지 못한 채 어느 나라인지도 모를 어색한 관광단지로 변해버린 일이었다.

그나마 전라도 고유 음식을 맛봤던 점과 기아팬들 위주 야구장에서 목청껏 NC를 응원하며 따가운 눈총 세례에도 꿋꿋이 들이켰던 맥주 한 잔의 시원함은 이번 남도여행의 백미로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1계절 1남도여행'을 결심하게 된 멋진 여정이었다.

글·사진 / P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