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은 장(醬)의 세계" 지리산콩마을 최진숙 대표
"진심을 담은 장(醬)의 세계" 지리산콩마을 최진숙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5.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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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서 수학 가르치던 부부가 함께 산청으로 귀농
최진숙 대표 "시어머니 손맛과 장맛에서 시작했다"
청국장, 된장, 간장, 딸기잼, 감식초 등 품목들 다뤄
"내 손길 미칠 수 있는 곳에 봉사하며 살고 싶어..."

산청군 시천면 원리 ‘지리산 콩마을(이하 ‘콩마을’)’은 부부가 운영하는 장류 업체다. 원리는 남편 노재천 씨의 외가가 있던 곳이다. 콩마을의 탄생 배경은 독특하다. 이곳의 역사는 진주시 수곡면에 살고있는 노재천 씨의 80세 노모, 그러니까 최진숙 대표의 시어머니가 보유한 손맛, 장맛에서 시작됐다.

"시어머니께서 콩이 많이 생산되면 좀 팔아달라고 하셨어요. 저희 부부는 통영에서 영수 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죠. '어머니 된장을 만들어 팔아보세요' 의견을 드렸고, 마침 수원에 사는 사촌 언니들이 촌된장 구할 곳을 찾던 차에 어머니가 만드신 걸 마음에 들어했어요. 어머닌 결국 그해 담은 된장을 다 파셨고, 그걸 계기로 늘려온 것이 지금의 지리산 콩마을입니다. 올해로 10년 정도 됐네요."

산청군 덕산면에 있는 '지리산 콩마을' 노재천, 최진숙 부부. 사진=김성대 기자.

그렇게 200~400kg 콩 생산량은 어느새 톤 단위로 늘었고, 3천 평이 넘는 콩농사는 최 대표 부부에게 '된장을 하면 되겠구나' 확신을 갖게 하면서 귀농까지 마음 먹게 했다. 처음엔 시댁이 있는 수곡면에서 해나가려 한 사업이지만 인근 덕천강과 진양호가 수자원 보호구역이어서 부부는 하동 쪽을 알아보는 등 불가피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다 2014년 7월, 지금의 덕산 콩마을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내고 남편인 노 씨가 먼저 산청으로 왔다. 최 대표는 2년간 통영과 산청을 오가며 학원 일과 콩마을 일을 병행했다. 그가 학원 일을 완전히 접고 산청으로 온 지는 올해로 4년 째다.    

최 대표는 뭔가를 해봐야겠다 생각하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이다. 그는 산청에 와서도 다양한 SNS 관련 교육을 받고 산청군 SNS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타고난 적극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기 삼아 쓰던 블로그도 지금은 한 편 한 편에 공을 들여 제대로 쓰려 노력한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시골 생활은 최 대표가 모든 걸 다시 경험하는 재미를 알게 해주었다.

"처음엔 만들면서 실패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청국장 하면 자신 있습니다. 딸기잼 경우도 수곡에 사는 지인들이 딸기 농사를 많이 지어 딸기 수급이 좋아 처음부터 많이 한 품목인데요. 설탕과 수분 함량을 줄이니까 우리 걸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거의가 재구매를 합니다. 울산쪽 유치원들도 소문을 듣고 저희 걸 구매하고 있죠. 역시 정직함이 무기인 것 같아요. 시간이 좀 걸려 그렇지, 정직하게 만드니 계속 인정을 받으며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엄청 많이 팔리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길은 보이는 상황입니다." 

딸기잼과 감식초, 청국장과 더불어 콩마을이 자랑하는 품목은 바로 된장과 간장이다. 콩마을은 '조선간장'이라고도 부르는 재래간장 즉, 우리 콩만을 원료로 해 담근 간장을 추구한다. 탈지대두와 소맥전분의 부산물인 글루텐에 염산을 가해 만드는 산분해간장 따윈 콩마을은 취급하지 않는다. 콩마을에선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위한 콩은 반드시 전통 방식을 따라 가마솥에 끓인다. 6시간 동안 물, 불을 조절하며 콩을 삶는 이 일은 남편 노재천 씨의 몫이다. 최 대표는 콩이 넘치지 않고 알맞게 뜸 드는 걸 보면서 새삼 조상들의 지혜, 기술에 감탄하곤 한다. 그렇게 음력 1월 담근 간장을 뜬 지도 올해로 5년 째다.

6시간 동안 물, 불을 조절하며 콩을 삶는 일은 남편 노재천 씨의 몫이다.

 

"계속 1년장을 떴어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반은 1년장, 반은 100일장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1년장의 경우엔 된장도 간장도 다 맛있었던 반면, 100일장은 숙성된 느낌이 안 들었어요. 보통 정월보름이 지나고 음력 1월 20~30일에 담그는데, 가끔씩 독에 담가둔 간장, 된장을 고객 두 분이 반씩 나눠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년부턴 저희가 직접 담가드리고 소비자 분들이 오셔서 직접 가져가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어요."

최 대표 부부는 중매 결혼을 했다. 중병을 앓으시던 최 대표의 친정아버지가 자식들 중 한 명은 결혼하는 걸 보고 세상을 등져야겠다시며 속전속결로 진행한 끝에 성사된 결혼식이었다. 부부는 통영에서 학원을 크게 열고 수학을 함께 가르쳤다. 두 사람의 재능은 산청의 다문화가정 아이들 30여명에게 기부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수학과 장류 사업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최 씨 부부의 딸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수학을 가르치는 딸 아이가 이 일에 관심을 보이는데, 아직은 알음알음으로 많이 팔리는 편이에요. 홈페이지는 계속 준비 중이고 산엔청 쇼핑몰 입점도 추진 중이죠. 저는 현재 산청군 장류협회 총무를 맡고 있구요. 저희 농사일 거들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신 시부모님께 늘 감사드리죠. 시골 생활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웃음)"

지리산 콩마을을 지키는 항아리들. 사진=김성대 기자.
지리산 콩마을 간장은 순수 우리 콩만을 쓴 '1년장'을 고집한다.
지리산콩마을의 '추천상품'들.

최 대표는 자신이 공들여 담근 장을 사갔던 손님들이 맛있다고 재구매할 때 제일 기분 좋다고 말했다. 산청, 지리산을 지나다 들러주는 사람들이 고맙고 반가운 건 두 말 할 것 없다. 그런 최 대표는 사실 식당도 겸할까 생각했었다. 축제 같은 데서 가장 푸대접 받는다는 장류 다루는 업체들은 대부분 식당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 뿐 아니다. 딱히 무엇을 할 거라 정하진 않았지만 그는 지금 하고 싶은 게 많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고, 집에서 외롭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약이 되는 먹거리 소재로 맛있는 음식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아픈 사람들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콩마을에 뿌리 내리게 하는 일도 최 대표의 바람들 중 하나다. 실제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사람이 콩마을 간장을 한 말씩 사 가서 하루 세 번 차처럼 마신 끝에 통증에서 벗어났다는 경험담은 최 대표의 그런 의지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

"장은 한 번 담그면 오래 먹는 저장식이어서 정성을 다해 담고 간수한다고 해요. 또한 식초는 오래 되면 술이 됐다 초가 됐다 결국 물로 돌아간다고 하죠. 삶도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제가 시골에 와보니 의외로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더라구요. 앞으로 제 손길이 미칠 수 있는 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정성을 다해서 말이죠." ☎ 지리산콩마을 010-2088-9414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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