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미세먼지를 한약의 청폐(淸肺)작용으로 미리 예방하자
[건강칼럼] 미세먼지를 한약의 청폐(淸肺)작용으로 미리 예방하자
  • 김도경 한약사
  • 승인 2019.05.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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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호흡기환자는 날로 늘고 있다. 미세먼지는 건강한 성인에게도 해롭지만 어린이, 노약자 또는 만성호흡기질환자에게는 더욱 위협적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폐포를 직접 통과해서 혈액을 통해 전신순환을 하는데 그 위험성이 있다. 0.1μm크기의 초미세먼지는 우리 몸속에 있는 여과장치를 대부분 통과할 정도로 작아서 폐포를 통과해 혈관에서 끈적한 혈전을 만들고 각종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폐청소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방에서는 스모그, 황사. 미세먼지와 같은 각종 이물질로 인한 호흡기질환을 어떻게 치료할까? 그것은 바로 청폐요법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청폐(淸肺)”란 말 그대로 ‘폐를 시원하고 맑게 한다’는 의미이다. 폐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폐기능을 보강하는 치법이 바로 청폐요법이다.

호흡기계는 감염시 그 병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혀주고 객담(喀痰)을 배출하게 하며 지나친 기침으로 인한 호흡기 손상을 억제하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는 한번 손상되어 염증이 발생하면 폐포 뿐만 아니라 주변 조직까지도 손상되어 딱딱하게 굳거나 변형이 일어나게 되면서 다시 회복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청폐작용을 통하여 폐에 쌓여있는 열독(熱毒)을 풀어줌과 동시에 기관지 점막의 섬모운동을 도와서 기관지 염증이나 미세먼지와 같은 이물질이 가래와 함께 몸 밖으로 잘 배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방에서 청폐에 사용하는 처방은 삼소음, 행소탕, 황기별갑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해수천식(咳嗽喘息)으로 고생하신 조선시대 선조께서 복용하였던 청금강화탕(淸金降火湯)과 평소 호흡기가 약했던 효종께서 자주 복용하였던 청폐탕(淸肺湯)이 유명하다.

오늘날 한방에서는 스모그, 중금속, 미세먼지 공격으로부터 오염된 우리의 폐를 좀 더 깨끗하게 하고 폐 건강을 지키는데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수록되어 있는 청폐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청폐탕은 폐를 깨끗하게 하고 노폐물을 씻어주는데 도움을 주는 약재인 황금, 길경, 상백피, 행인, 치자, 맥문동, 천문동, 패모 등으로 처방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청폐탕은 폐열(肺熱)을 진정시켜주고 기침과 가래를 제거하여 폐와 기관지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청폐탕에는 혼탁한 폐가 깨끗하게 되어 맑은 기운으로 나쁜 것들을 밑으로 내려 보낸다는 “폐주숙강(肺主肅降)”의 원리가 들어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심장이 엔진이라면 폐는 라디에이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엔진이 너무 열을 많이 받으면 식혀줘야 하는데 이때 폐가 라디에이터 역할을 하여 열을 식히도록 도와주는 처방이 바로 청폐탕이다.

한편 민간에서는 청폐탕을 차로 응용하여 마시면 미세먼지로 인한 각종 질환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청폐차는 물 1L에 황금, 감초, 길경 각각 8g, 맥문동, 행인 각각 5.5g, 원지3g을 넣고 끓여 음용하면 된다. 청폐차에 들어가는 약재의 주요 효능으로 황금(黃芩)은 노란색의 약초로서 천연항생제 역할을 하며 맥문동(麥門冬)은 폐열을 내려주면서 폐를 촉촉하게 하는 자윤작용이 있고 기침을 통해 가래를 뱉어낼 수 있도록 한다.

감초(甘草)와 길경(桔梗)은 임상에서 인후통증 치료에 탁월한 처방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감초로 인후의 열을 진정시키고 길경으로 가래를 없애서 답답함을 해소하도록 한다.

행인(杏仁) 은 살구씨를 말린 약초로서 기침을 멎게 하고 천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으며 원지(遠志)는 세네긴(Senegin), 사포닌(Saponin) 성분을 함유하여 거담(祛痰)작용이 있으며 기도의 섬모운동을 활성화하여 이물질의 배출을 증가시킨다.

또한 청폐차를 약초훈증에 응용할 수도 있다. 코와 입으로 따뜻한 증기를 흡입하게 되면 외부의 차고 건조한 공기로 인해 말랐던 호흡기 점막이 촉촉해지고 폐와 기관지 벽면에 섬모조직들의 빗자루질이 훨씬 더 수월해진다.

청폐차를 넓은 용기에 담아서 들숨과 날숨을 이용하여 숨을 쉬는 약초훈증을 하게 되면 약재의 유효성분 및 정유성분이 흡입되면서 섬모기능이 활성화되고 인후두와 비강에 쌓인 이물질과 가래 배출에 도움이 된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이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가고 있는 시대에 건강하게 사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청폐요법을 꾸준히 활용하여 각종 호흡기 질환의 예방은 물론 미세먼지로 인해 지친 우리의 몸에 활력을 주어 100세 시대에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자.

 

김도경 한약학 박사

김도경 한약사 약력

한약학 박사

(전)대한한약사회 부회장

(현)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