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굴' 비료공장 설립으로 오염 우려
통영 '굴' 비료공장 설립으로 오염 우려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5.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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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농업회사법인 유기질비료공장 건축 추진
수산물로 생업 영위 인근마을 주민들 "결사반대"
농업회사법인 관계자 "수산물찌꺼기 1만톤, 시설 건축 불가피"
지역 정계 "주민들 요구에 반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수산물로 생업을 영위하는 송계마을 및 인근마을 주민들이 비료공장 건축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조현웅 기자. 

통영의 명물인 ‘굴’이 유기질비료공장과 약 10m 떨어진 바다에서 생산될 상황에 처했다.

모 농업회사법인이 통영시 도산면 법송2리 송계마을에 유기질비료공장 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비료공장이 들어설 곳은 바다와 인접한 법송리 168에 위치한 9210㎡(2800여평) 규모 부지다. 부지 앞 바다는 미국식품의약국 FDA 지정해역 인근 및 자연환경보전지역, 수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굴 양식장 14㏊, 바지락 양식장 154㏊, 멍게 양식장 4㏊가 있는 해역이다. 해당 해역은 통영에서 생산되는 굴의 15%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해 바다 오염에 아주 민감한 어장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장이 들어설 장소는 이 어장의 한 가운데다.

이에 수산물로 생업을 영위하는 송계마을 및 인근마을 주민들이 비료공장 건축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비료공장 및 운송트럭의 낙수·퇴비 침출수로 인한 생태계 파괴 ▲발효과정 등의 악취 ▲대형트럭 진출입으로 인한 주민 안전문제 등을 지적했다.

송계마을 주민들은 “2012년 미국 FDA 굴수입 중단 조치 때 실사에서 불합격해 남해안 굴 등 각종 패류의 수출이 전면 중단, 추정 피해액만 1000억원이 넘었다. 오염 발생 시설이 인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사 때 부정적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실제 바다 오염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국민들에게 통영굴이 비료공장 앞에서 생산된다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그들은 “마을에서 200m(직선거리) 떨어진 법송산업단지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시설이 바닷가 바로 앞에는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상남도 도시계획위원회와 통영시는 주민들이 1년6개월이 넘도록 결사반대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 심의, 허가,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계마을 주민들은 “국민들에게 통영굴이 비료공장 앞에서 생산된다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사진=조현웅 기자.

주민들은 악취와 관련해서도 송계마을에서 4km 떨어진 덕치마을을 예로 들었다. 주민들은 “덕치마을은 해당 유기질비료공장이 원래 있었던 곳이다. 주민들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등을 이유로 공장가동중지 가처분 신청과 공장건물철거 소송을 벌여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 공장을 올해까지만 운영하도록 했다”며 “농업회사법인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할 상황인데, 고성군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군에서 승인하지 않아 다시 통영으로 돌아온 곳이 법송리 청정해역 앞 부지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모 농업회사법인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성군 삼산면으로 유기질비료공장을 이전해 짓고자 했으나 고성군에서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법인은 비료공장을 짓기 위해 군을 상대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등을 냈으나 1심 승소, 2심 패소, 3심 기각돼 다시 통영 법송리 부지에 공장 건립 계획을 세우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농업회사법인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장과 달리 당시 고성군이 비료공장을 허가하지 않은 이유는 행정적 문제보다는 정치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비료공장 건축에 행정적 문제는 없었으나 당시 의원들의 찬반투표로 인해 고성군 유기질비료공장 건축이 취소된 것이라고. 그래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고성군에 비료공장 건축을 다시 추진할 수도 있지만 사업성을 생각했을 때 통영시가 더 낫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영시는 오는 22일 열릴 경남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정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다. 도산면·광도면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유정철 시의원(자유한국당)은 “경남도에서 업체와 주민들 간 합의를 하라고 했다. 어떤 것이든 주민의 요구에 반하는 것은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곳은 청정해역이기 때문에 유기질비료공장을 아무리 완벽하게 만들더라도 천재지변 등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바다 전체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통영시 수산업 전체를 망칠 수도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모 농업회사법인이 건축을 추진 중인 유기질비료공장 부지는 바다와 고작 10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인근은 미국식품의약국 FDA 지정해역인 동시에 자연환경보전지역, 수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사진=조현웅 기자. 

이와 관련 농업회사법인 관계자는 “통영시에서 연간 나오는 수산물 등 찌꺼기가 1만 톤이 넘는다. 이 같은 시설이 없다면 그것들을 모두 매립하거나 타 지역에 있는 시설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경남에는 그런 시설이 없어 매립할 수밖에 없다. 매립할 경우 또 다른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또 천재지변 등 사고가 발생해 공장에 피해가 올 정도라면 통영에서 바다와 인접한 마을 중 살아남을 곳이 없다”며 “8m 높이의 옹벽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을 넘을 정도라면 쓰나미 정도는 되어야 하고, 쓰나미가 온다면 우리 공장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악취와 관련해서도 “기존 덕치마을에 악취와 관련된 민원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런데 그 악취는 우리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음식물·축분을 운용하는 공장의 것이었다. 그 공장이 문을 닫고 난 뒤로는 악취 관련 민원이 하나도 없다. 그만큼 우리 공장에서는 특허난 기술력 등을 활용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법송리에 만들 공장은 악취 등 방지설비, 저감시설, 밀폐형 공장과 같은 현대화시설까지 갖추어 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굴 껍데기 등 석회질이 환경을 더 오염시키고 악취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계자는 “주민들의 염려는 이해되지만 이쪽 업계에서만 20년 이상 일 했고, 나의 고향 역시 통영이라 바다를 살리려고 하지 바다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주민들에게 마을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해 언제든 감시할 수 있고, CCTV를 설치해 언제든 볼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제안도 했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남도와 통영시에 비료공장 건축 재검토를 호소하며 단체시위, 1인시위 등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