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서부시장재건축개발 보상문제 ‘오리무중’
진주 서부시장재건축개발 보상문제 ‘오리무중’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05.0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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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 세입자 “상사 측 계속 말 바꿔”
세입자대표 “형평성에 맞게 조치 중”
시장상사 “점포주와 세입자간 해결해야 할 문제”
진주시 “상인들 사정 안타까워 상황 파악 했을 뿐”
진주서부시장 세입자 대책위원회가 내건 재건축 보상대책 촉구 플래카드. 사진=김성대 기자.

수년간 난항을 거듭한 진주시 서부시장 재건축 개발과 관련해 점포주 170여 명이 가입된 법인체인 ㈜진주서부시장상사(이하 ‘상사’)와 30여 점포로 이뤄진 세입자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서부시장 재개발 건으로 “상사가 반강압적인 행태로 세입자를 몰아내려 하고 있다”는 국민청원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서부시장 재건축은 지난 2월 28일 진주시가 부산의 건설업체 ㈜청경에 건축허가를 내준 것으로 5월부터 지하 2층, 지상 11층 규모로 주상복합상가 시공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

진주서부시장상사가 사무실 벽면에 내건 재건축 확정 안내문 및 축하 플래카드. 사진=김성대 기자.

“동의 안 하면 포크레인으로 밀면 된다”

이번 재건축 대상 점포 세입자 중 한 사람인 A씨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청원 글에 따르면 상사는 지난 3월 재개발을 한다는 플래카드를 사무실 벽면에 내걸었고, 4월 30일까지 세입자들에게 점포를 비워달라고 했다. 같은달 16일 상사는 인근 은행 2층에서 세입자들을 상대로 관련 설명회를 열었지만 대화는 순조롭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상사는 세입자들에게 이사비용 70만원을 각각 지급하고, 나불천복개도로(성남교회 동편)에 마련할 예정인 임시시장에서 영업할 시 시설비 150만원을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A씨는 청원글에서 상사 측이 ▲이사비용 70만원을 줄 테니 가게 점포를 비우고 점포 포기각서를 써라 ▲70만원을 받고 나가는 것에 도장을 찍지 않으면 동의한다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4월 28일까지 점포를 비우지 않으면 70만원도 주지 않을 것이며 어떤 불이익이 와도 책임지지 않겠다 ▲동의를 안 한다면 그냥 포크레인으로 밀면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서부시장 세입자 A씨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청원 글.

그러면서 A씨는 상사 측이 “4월 30일까지 점포를 비우는 조건으로 (건설업체로부터)10억 원을 받기로 했고, (그 돈으로)세입자들에게 보상을 할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 하시며 세입자들 개개인 점포에 들어간 비용과 원하는 보상금액을 측정·조율해 모두 보내달라고 해서 세입자들끼리 서류를 모아 상사에 보내드렸다. 하지만 (상사는)4월 28일까지 나가달라는 서류와 방송만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오늘도 가게마다 4월 28일까지 나가지 않으면 70만원도 받을 수 없다는 서면이 왔다”고 호소했다.

이에 세입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장 B씨를 주축으로 A씨 등 3명이 집행위원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갈등은 상사와 세입자들 사이에만 있지 않았다. 감정의 골은 세입자들 간에도 꽤 깊이 패여 있었다.

 

“일괄 보상금액 말도 안 돼” VS “형평성에 맞게 해야”

알려진 바로 상사 측이 제시한 세입자 보상금액은 이사비용 70만원과 상사 측이 점포 개설에 대해 보존해주는 금액 200만원, 그리고 영업 보상 개념에서 주는 1000만원을 더해 점포 1칸(3평 규모)당 총 1270만원이다. 이는 위원장 B씨가 직접 점포마다 실사를 해 책정한 금액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평수와 권리금 등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보상금액도 달리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미디어팜과 인터뷰에서 “세입자들 사정이 방송으로 나간 뒤 비로소 상사 측이 우리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상사 측은 점포 1호(1칸)당 1270만원으로 보상금액이 확정될 수 있을만한 검토 자료로 사업자등록증 등 관련 서류를 준비해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뒤에 상사 측이 몇 차례 말을 바꾸었고 그래서 청원 글을 올리게 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A씨는 “특히 위원장인 B씨는 세입자들과 아무 상의 없이 측정한 보상금액을 수기로 쓴 뒤 자기가 적은 금액에 불만 있으면 이 세입자 모임에서 나가라며 겁을 주듯 이야기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다 반란자라고도 말했다”며 “저는 이것이 부당하다 판단했고 따로 상사 측 말을 들으러 사무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상사 측 답변이 돌아왔고 그 답변은 그나마 남았던 희망마저 깡그리 뭉개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가 상사 측으로부터 받은 안내문들.

그는 “무엇보다 평수가 다른 점포들 보상금액을 일괄 책정한 건 이해가 안 된다. 재건축 이야기도 당초 임대계약서에 상에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걸 알았다면 들어오지도 않았을 거다. 과거 위원회 집행부에 있으면서 변호사를 만났는데 ‘계속 장사해도 된다. 판결문이 나와야 해결될 문제다. 상사 측이 보상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님 말처럼 저는 끝까지 장사를 할 것이고, 지금은 위원회와 별도로 제 권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입자 B씨의 말은 달랐다. 그는 미디어팜과 통화에서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점포만 크다고, 장소만 3~4칸 잡고 있다고 돈을 더 받고, 이건 아니다”며 “실질적으로 중요한 건 세입자들이 점포에서 영업을 했느냐 여부였다. 그래서 제가 직접 실사를 해 파악한 것이다. 30여 세대 단체가 뜻을 달리 하는 3점포 때문에 희생을 당해서야 되겠나. 지금 그러지 않아도 당초 보상금액에서 30% 후퇴한 상태다. 저도 지금 상사 측 연락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답답해했다.

B씨는 ‘상사 관계자와 식사를 했다는 소문이 들린다’는 본지의 질문엔 “안 그래도 그런 말 퍼뜨린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할까 생각 중이다. 심지어는 돈을 받았다는 말까지 들리는데, 명예훼손 고발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며 소문 일체를 부인했다.

 

5월 15일까지 점포 비우지 않으면 법적 조치

상사의 입장은 어떨까.

기자가 서부시장 사무실에서 만난 상사의 한 관계자는 “70만원이라는 돈은 사무소 예산 내에서 임원 총회를 거쳐 제시한 도의적 차원의 금액”이라며 “이 문제는 점포주와 월세 계약을 한 데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우리는 건물주와 세입자가 서로 좋게 해결하라고 붙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상사의 대표이사 하 씨도 미디어팜과 통화에서 “세입자들이 나가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저희 나름은 점포주인(주주)과 세입자 사이 중간 역할을 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며 “만약 건설업체에서 거액의 배상 청구가 들어오면 서부시장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시청 민원 올려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결될 일도 아니고 해결할 수도 없다. 세입자들이 책정한 보상금액 근거 자료를 대충 훑어봤는데 장사 하려고 산 점포까지 포함시킨 걸 보고 황당했다”면서 “이건 완전히 주주들을 골탕 먹이려는 거다. 주주들에게 5월 15일까지 세입자들과 타협해오라고 말해둔 상태다. 이후엔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건설업체와 상사 간 체결한 계약문건 내용을 기자에게 공개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공개할 수 없다. 그걸 기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우리에겐 없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를 받건 그건 세입자들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며 문건 공개를 잘라 거절했다.

한편, 보다 못해 직접 현장을 찾아 상인들의 말을 들었다는 진주시청 도시재생과 전통시장팀장은 “민간기업 개발 사업이고 임대차법에 따라 점주와 주주가 사계약 한 건이기 때문에 저희가 관여할 여지는 없다. 단지 전통시장팀 입장에서 보존 대책 등 안타까움 때문에 여쭤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만 했을 뿐이다”며 “세입자들이 만든 위원회 내에서 점포 평수 등 경우의 수가 달라 다른 주장들을 하고 있구나, 정도를 안 수준이다. 시장 상인들을 보호해주고 지원해줄 책무가 있는 전통시장팀으로서 모른 채 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전했다.

김성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