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사랑으로 암도 이겨낸 '특별한정원' 김종환 대표
식물 사랑으로 암도 이겨낸 '특별한정원' 김종환 대표
  • 조현웅 기자
  • 승인 2019.04.10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으로 시한부 판정…2009년 고향 합천서 정원 만들어
희귀식물 종자보호위해 500여종 수십년간 산으로보내
김종환 특별한정원 대표는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지난 2009년 고향 합천으로 내려와 꿈에 그리던 정원을 만들었다. 그의 첫 정원은 무궁화처럼 강인하고자 하는 마음에 무궁화정원이라 이름지었다. 지금은 농촌교육농장 인증을 받아 특별한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종환 '특별한정원' 대표는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지난 2009년 고향 합천으로 내려와 꿈에 그리던 정원을 만들었다. 그의 첫 정원은 무궁화처럼 강인하고자 하는 마음에 '무궁화정원'이라 이름지었다. 지금은 농촌교육농장 인증을 받아 특별한정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합천군 쌍백면에 위치한 특별한정원. 그 이름만큼이나 이곳의 가치는 특별하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식물 500여종이 마당에 심겨져 있는가 하면 7000평 규모 농촌교육농장 곳곳에 야생화가 가득하다. 주위가 온통 처음 보는 꽃들로 가득해 마치 식물원에 온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헌데 이보다 더 특별한 것은 이곳을 운영하는 김종환 대표의 인생 스토리다.

암 진단 그리고 시한부판정

무궁화의 ‘강인함’이 통했나

김 대표는 직장생활 중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직장생활을 도저히 이어갈 수 없었던 그의 선택은 고향 합천으로 돌아와 평소 취미였던 식물을 키우고,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의 유언이자 마지막 꿈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2009년 고향으로 돌아와 꿈에 그리던 정원을 만들고, 이름을 무궁화라 지었다.

“무궁화는 식물 중 최고로 강인한 생물이다. 서리 앉기 전까지 1년 내내 꽃을 피운다. 이 같은 무궁화의 강인함이 심신이 지쳤던 나에게 가장 필요했다. 그래서 이름을 무궁화정원이라 지었다.”

김 대표는 정원을 가꾸며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무척 편했다고 한다. 곧 죽는다 생각하니 도리어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욕심도 없었다고. 때문에 그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았다. 그저 식물에 물을 주고, 야생화를 재배하기 위해 산을 오르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당시 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상이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지나 어느덧 의사가 말했던 시한은 훌쩍 지나갔고, 지금은 완치 판정까지 받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500여종 이상의 희귀식물을 키우고 있다. 그가 이토록 식물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외할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김 대표는 500여종 이상 희귀식물을 키우고 있다. 그가 이토록 식물을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어릴 적부터 식물을 접할 수 있도록 한 외할머니 영향이 컸다고 한다.

식물 사랑은 외할머니 덕분

김 대표는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정원을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두고 하기 힘들었을 일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정원을 선택했다. 그의 식물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외할머니 덕분에 어릴 적부터 식물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외할머니와 함께 자주 산을 올랐는데 그때마다 외할머니가 해주는 약초, 야생화 등 식물 얘기가 그렇게 재밌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식물을 항상 가까이 했고, 나이가 들수록 단순한 관심을 넘어 전문성까지 갖추게 됐다고 했다. 특히 그는 식물을 키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자보호를 위해 희귀종을 재배해 산으로 돌려보내는 야생화 작업을 수 십년간 이어오고 있다.

“외할머니가 했던 것처럼 이제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식물을 알리고 싶어요. 또 단순히 식물 뿐 아니라 농촌, 자연이 무엇인지도 말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자연이라던가, 농촌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경험을 통해 느끼고 체험해야 지키는 것도, 소중히 여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와 그의 아내는 농촌교육농장 운영을 위해 교사양성과정 초급~고급반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김 대표와 그의 아내는 농촌교육농장 운영을 위해 교사양성과정 초급-고급반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그의 무궁화정원이 지난 2016년 특별한정원(농촌교육농장)으로 탈바꿈한 이유다. 김 대표는 희귀종 보존은 물론 농촌, 자연 알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촌교육농장은 초중고교 교과 과정과 연계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농가를 말한다. 단순 일회성 체험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농가들만 농촌진흥청·교육부 등에서 인정받아 활동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와 그의 아내는 교사양성과정 초급-고급반 등을 수료하고, 농장을 5대 품질요소(농업자원, 교육운영자, 교육프로그램, 교육환경, 교육서비스)와 27개 항목의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하도록 했다.

“농촌교육농장 운영으로 학생은 물론 희귀종 식물 구경을 위해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와요. 그런데 희귀종 식물이나 약초가 많다보니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자연을 보다 제대로 접할 수 있도록 정원 근처에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무료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완성되면 많은 분들이 자연을 통해 힐링하고, 그만큼 자연도 아껴주셨으면 좋겠어요.”

조현웅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