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의 오늘의 식후경] '봄의 전령사' 대구 팔공산 미나리
[PSY의 오늘의 식후경] '봄의 전령사' 대구 팔공산 미나리
  • PSY
  • 승인 2019.03.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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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봄이다 싶게 따사로워진 햇살과 막 터뜨리기 시작한 꽃망울들이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 재촉하는 요즘! PSY는 길을 나서는데 이번에는 능금과 실크, 미인이 유명한 대구로 향한다.

대구는 바다가 없는 분지형 도시임에도 먹거리가 풍부하고 물가가 싸 식도락가들의 여행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동인동 갈비찜, 닭똥집과 막창은 대구를 ‘먹방계의 다크호스’로 자리 잡게 했고 효목시장과 평화시장, 교동시장을 비롯한 100여개 시장들은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방문객들에게 심각한 ‘멘붕’을 선사한다.

이번 식후경의 주제는 봄의 전령사 미나리다. 미나리는 청도와 밀양이 유명하지만 팔공산 미나리도 그에 못지않다. 비록 미나리삼겹살을 하는 곳은 한 군데 밖에 없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삼겹살을 위한 미나리가 아닌, 고기가 미나리의 서브가 돼 버린 듯 하달까.

아삭거림과 부드러움, 씹힐 때 뿜어 나오는 미나리의 그 청량함은 마치 “나 봄이야”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아삭거림과 부드러움, 씹힐 때 뿜어 나오는 미나리의 그 청량함은 마치 “나 봄이야”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미나리는 생으로 쌈을 싸먹어도 좋고 불판 고기기름에 구워먹어도 좋아 어디서건 자기의 향을 뽐내며 주위를 무색케 하는 향신료다. 미나리는 또한 볶음밥에 넣어도 조화로운 맛이 나 한번 도전해봄직 하다.

고수나 방아 잎이 강렬한 향수 같다면 미나리향은 은은한 아로마 향초와 같다. 쇳가루 다루는 일을 하는 분들이 삼겹살을 드실 때 미나리는 중금속배출에도 도움을 준다. 거기다 미나리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은 것은 물론 간 기능 향상과 혈액정화, 숙취해소에도 탁월해 애주가들의 대표 해장메뉴로도 음식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런 미나리 맛에 매료되다보면 여행 중 들른, 영화에도 나온 수성못과 이랜드 별빛축제, 곳곳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 관한 기억은 스쳐간 옛사랑마냥 가물거릴 정도다. 그래도 몇 군데 열거하자면,

일단 해질 무렵 찾아간 수성못은 창밖으로 점점 어두워지는 풍경이 광역시가 아닌, 어느 한적한 호숫가에 온 듯한 안정감을 주는 곳이다. 매 시간 달라지는 바람과 햇빛을 감상할 수 있다.

지인과 함께 간 이랜드별빛축제는 놀이동산이라기 보단 인생화보를 찍고 싶어 하는 연인들의 메카 같았다.

지인과 함께 간 이랜드별빛축제는 놀이동산이라기 보단 인생화보를 찍고 싶어 하는 연인들의 메카 같았다. 여자 둘이 가서 멋쩍게 서로 사진 찍어주다 “이쁘다~”는 말만 연발하다 돌아왔다.

어릴 적 대구는 화려하고 덥고 도회적인 여대생 같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불혹을 넘겨 찾은 대구는 부지런하고 넓고 온화한 이모님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 계절이 지나면 못 먹을 것 같은, 특히 막 자라난 새싹이어야 하는 미나리나 도다리쑥국은 열일을 제쳐놓고서라도 꼭! 지금 오늘 밤, 먹어보길 추천한다.

글·사진/P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