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最小限의 父母 恭敬
[기고] 最小限의 父母 恭敬
  •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박문수 학장
  • 승인 2020.05.1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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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박문수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박문수

코로나19로 어수선한 가운데 가정의 달 5월이 어느새 소리도 없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다른 어느 해 보다도 올해 5월은 신록이 더 푸르른 것 같다.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들이 몰려 있어 각 가정에서는 부모, 자녀, 부부와 관련된 각종 이벤트로 서로의 가족관계를 재삼 확인하며 되새기곤 한다.

특히 5월 5일인 어린이날에는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외에도 고모와 삼촌까지 모두 8명의 주머니를 열어서 어린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준다는 ‘에잇 포켓(Eight Poket)’이라는 용어가 새로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것은 각 가정마다, 하나 혹은 둘뿐인 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 점점 더 각별해지는 세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이와는 반대로 날 낳아 지극한 사랑으로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 길러 주신 내 존재(存在)의 근원이 되는 부모님을 위한 어버이날의 의미는, 왠지 점점 더 퇴색되어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세상의 황금만능주의 풍조에 밀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에게 금수저나 은수저를 안겨주지 못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젊은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부모님을 위한 효도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부모님을 책임지고 부양하는 일에 반대한다는 자녀들의 응답이, 찬성한다는 응답보다도 약 2배나 더 높게 나왔다. 이는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부모 부양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급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날 자식들은 가능한 자기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하며, 요양원이나 병원 등을 통해서 부모의 노후를 떠넘기려고 한다.

과거에는 부모가 늙게 되면 자식들이 부모님 모시는 것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겼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부모님의 마음에 서운함이 없도록 잘 모시면서 연로한 부모님의 인생 마지막 때를 행복하게 해 드림으로써, 부모가 자식들 키운 보람을 느끼게끔 해드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 당시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천붕(天崩)이라고 하여,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이 여기면서 부모님 탈상(脫喪)을 할 때까지 3년 동안 자식은 모든 일을 접고서 묘소 근처에 움집을 지어 부모님 산소를 돌보면서 공양을 올렸었다. 물론 이런 모습은 오늘날의 자식들에게는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 먼 아주 옛날에는 부모가 나이가 들면 늙은 부모를 산중에 가져다 버리는 풍습인 고려장(高麗葬)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옛이야기 하나가 있다. 한 아들이 일흔 살이 된 자신의 아버지를 깊은 산속에다 내버리기 위해서 자신의 어린 자식과 함께 늙은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서 산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늙은 아버지와 아버지를 지고 갔던 지게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약간의 음식만을 놓아둔 채 어린 아들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때 그를 따라왔던 어린 아들이 자신이 버려두었던 그 지게를 다시 지고 오는 것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왜 지게를 다시 짊어지고 오느냐고 물었다. 어린 아들은 “저도 아버지가 늙으시면, 이 지게에다 아버지를 지고 와서 버려야만 하니까, 지게가 필요할 것 같아서 다시 가지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어린 아들의 이 말에 크게 뉘우치고 늙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시고 와 돌아가실 때까지 끝까지 잘 봉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 고려장이라는 악습도 없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아들에 의해 버려지는 늙은 부모의 모습이, 잠시 세월 지나고 나면 다시 그 아들에 의해서 똑같이 되돌아오게 됨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부모를 내다 버린 자식도 금방 나이가 들어 자기 자식에게 똑같이 버림을 받게 되는 그런 때가 곧 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다.

성경에는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십계명이 있다. 그 중에 4가지는 신(神)인 하나님에 대한 계명이고, 나머지 6가지는 인간에 대한 계명이다. 그리고 인간에 관한 계명 중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바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이다. 이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부모에 대한 내용이 그만큼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독교는 죽은 부모를 모시라는 얘기는 결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계신 부모님에게는 반드시 효도를 잘 해야만 한다고 가르친다. 부모 공경은 하늘의 명령이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 신(神)의 약속이다.

성경에서 가르치는 부모에 대한 효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부모님께 하지 말아야만 할 나쁜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님께 해야만 하는 옳은 행동이다. 부모님의 속을 썩이는 일 즉, 부모를 모욕하거나 욕하는 일, 부모를 속이거나 부모의 물건을 훔치는 일 등은, 성경에서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모님을 경홀(輕忽)히 여기면 안 된다는 말씀이다. 심지어 성경은, 부모를 때리는 패역한 자식은 반드시‘죽이라’고 까지 말씀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해서는 안 될 사항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식은 자기 부모 앞에서 너무 쉽게 분노를 표출해서는 안 되며, 또 부모가 놀랄 정도로 너무 과격하게 행동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부모님과 옳고 그름을 험하게 따지지 말아야 하며, 자신과 부모님의 의견이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부모님의 면전에서 자기 부모를 무안하게끔 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부모님의 실수나 잘못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비방해서도 안 된다.

반면에 부모님에게 반드시 행해야만 되는 올바른 모습은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부모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님께 늘 존댓말을 사용하며, 인사를 잘 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부모님께 먼저 드리는 일이다. 또한 계획도 부모님의 일정에 맞추어 세우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것들을 먼저 행하도록 한다. 부모님을 공경하여, 부족함이 없도록 부모님께 해드리면 된다. 자식이 어릴 때는 자기 부모님에게 순종하는 일을 잘하면 되고, 부모님이 늙으셨을 때는 그 부모님을 잘 봉양하면 된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봉양하는 것은 부모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상대방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며 애를 쓴다. 부모의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면서, 부모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식만을 사랑하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우가 참 많다.

아무튼 부모님께로부터 인정받는 참된 효도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배워서 실천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해야만 되는 것들을 성실히 행한다면, 부모님은 충분히 기뻐하실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하지 말아야 할 잘못된 행동들을 여전히 계속해서 하면서, 동시에 해야만 하는 효도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는 그 부모님의 눈에 거짓 효도나 가식 또는 위선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에 대한 참된 효도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지 말아야만 할 것들을 잘 배워서 이를 멈추어야만 하고, 그러고 나서 나중에 해야만 할 것들을 잘 배우면 된다. 참된 효도를 위한 배움의 이 순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비록 이 세상이 아무리 급변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부모 공경’ 만큼은 결코 잊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더 언급하지만, 부모를 공경함에 있어서 ‘최소한의 수준’이란 바로, 부모님에게 하지 말아야만 할 잘못된 행동들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박문수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