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0위: 디파티드
[이류 씨네필의 인생영화] 190위: 디파티드
  • 윤호준
  • 승인 2020.03.1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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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위: 디파티드 (2006)

감독: 마틴 스콜세지

촬영: 마이클 볼하우스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베라 파미가

<디파티드>가 <무간도>(2003)와 전혀 다른 영화라는 스콜세지의 주장은 옳다.

각본가 윌리엄 모나한은 <무간도>를 보지 않고 <무간도>의 시나리오만 봤고, 잭 니콜슨이 연기한 코스텔로는 남부 보스턴을 지배했던 와이티 벌거라는 실존 인물에서 유래했으며, 이 영화에서 그려진 아일랜드 마피아의 면모는 <비열한 거리>(1973)의 이탈리아 마피아 만큼이나 생생하다.

하지만 이런 증거들, 단순 리메이크를 뛰어넘는 디테일과 촬영술과 프로덕션 디자인만으로 <디파티드>를 <무간도>보다 뛰어나다 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좋은 친구들>(1990) 이후의 스콜세지 역사에서 특별히 언급돼야 할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은 비열함일 것이다. 잭 니콜슨의 비열함과 맷 데이먼의 비열함 등등 등장인물 각각의 비열함도 볼 만 하지만, 최고의 비열함은 역시 디카프리오가 죽을 때의 비열함이다.

단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인공의 머리를 날려버리고, 곧이어 2명을 더 날려버림으로써 디카프리오를 널브러진 엑스트라 시체들의 하나로 격하시키는 스콜세지의 비열함은 홍콩 느와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맷 데이먼마저 일체의 뜸 들임 없이 죽임으로써 영화는 이전까지 펼쳐 놓았던 두 주인공의 고뇌와 혼돈과 공포의 드라마를 냉혹하게 단절시킨다.

축적된 드라마의 관성과 간단한 죽음 사이의 충돌은 관객의 심장에 우주 만큼의 공허를 만들어 놓는다. 정신을 번쩍 일깨우는 이런 뻔뻔스러운 결말은 스콜세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Only One Cut  

디카프리오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 엎어져 죽어 있고 디카프리오의 동기생은 카메라 바로 앞에 쓰러져 죽어 있다. 두 사람을 죽인 경찰(마피아가 심어 놓은 스파이)이 지금 맷 데이먼이 쏜 총에 피를 뿜고 있다. 맷 데이먼(이놈도 마피아 스파이)은 자기를 살려준 동료를 주저 없이 처리한다. 이 모든 개죽음을 카메라는 신속하게 보여준다. 그래, 인생은 그냥 이렇게 끝나는 거야.

글/윤호준 (영화애호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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