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3] "합천군이 살아야 저희도 살죠" 연매출 2억, 합천 화인표고버섯농원 김영빈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3] "합천군이 살아야 저희도 살죠" 연매출 2억, 합천 화인표고버섯농원 김영빈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20.02.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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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 아토피로 귀농, 햇수 6년차 농부
이모부와 함께 농장 운영, 판로와 영업 전담
연 평균매출 2억원, 생버섯보단 '제품'을 지향
세련된 제품 개발, 합천파머스 전국유통 시스템 구축이 목표

대구에서 나고 자란 화인표고버섯농원 김영빈 대표는 아토피가 심해 다니던 도시개발건설회사를 그만 두고 6년 전 합천군 적중면으로 귀농했다. 이모부가 해온 표고버섯농원을 함께 운영하는 데 자신의 미래를 건 김 대표는 제품의 판로와 영업 쪽을 전담하며 아직 젊은 나이(37세)를 십분 활용, 자사 제품 외 합천군 생산농가들의 작물들까지 더불어 전국으로 알려나가고 있다.

갑작스런 한파로 햇살과 눈발이 연기처럼 뒤엉키던 평일 오전, 선물세트 1~8호를 포함해 등급별 건버섯과 슬라이스, 생버섯 도합 10종 품목을 앞세워 연 평균 매출 2억원을 올리고 있는 화인표고버섯농원 대표 김영빈 씨를 적중면 버섯 가공장에서 만났다. 

합천군 적중면 화인표고버섯농원 김영빈 대표.

합천이 고향인가.

아니다. 고향은 대구다.

햇수로 귀농 6년차인 걸로 안다. 이전엔 어떤 일을 했나.

도시개발건설회사를 다녔다. 원래 부동산 쪽이 꿈이었는데, 아토피가 심해 도시 생활을 더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귀농을 결심했다.

표고버섯을 하게 된 계기는.

귀농이란 게 돈만 있다고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이 농장을 처음 운영하신 분이 제 이모부였는데, 그 분을 통해 버섯을 배웠다. 아토피가 있는 저한테 버섯이 맞는 이유는 농약을 일체 쓰지 않는 작목이 바로 버섯이기 때문이다. 저는 여기서 이모부와 함께 일하며 판로와 영업 쪽을 전담하고 있다. 생산기술은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다.

가장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작목이 버섯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버섯은 조금이라도 나쁜 성분이 있는 환경에선 살 수 없는 작목이다. 이것들을 하우스에서 키우는 이유도 소나무 방제 등 주변에서 날아드는 농약이나 봄철 황사 속 중금속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다.

최근 버섯이 과잉생산 되고 있다.

저는 귀농이 활성화 되던 시기에 함께 한 경우다. 이후 땅값이 오르고 그에 맞는 면적 대비 고소득 작물을 선호하다 보니 귀농인들 대부분이 버섯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그랬다.

수입농산물 등으로 국산 버섯의 경쟁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들었다. 

중국산, 미국산 농산물 때문인데 그중 버섯은 100% 중국산과 싸워야 한다. 품질은 국산과 비교 자체가 안 되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해 소비자들과 식당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선호하는 편이다. 90년대처럼 경기가 좋을 때는 비싸도 '신토불이'라며 사먹었는데, 서민경기 여파 때문에 지금은 국산을 찾는 비중이 많이 줄었다. 버섯이 늘상 먹는 주작물이 아닌 것도 판매 저하의 이유 중 하나다.

화인표고버섯농원의 제품들. 김 대표는 생버섯에 비해 수익이 나은 가공 '제품'들에 더 주력하고 있다.

대책은 없을까.

그래서 저희는 면(面) 대 면으로 간다. 단체나 유통업자 없이 직접 팔러나가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생버섯의 경우엔 유통기한이 오래 못 가기 때문에 직거래로 판매하고, 건버섯은 명절과 행사 때 기업 영업을 통해 선물세트로 대량 판매 한다.

공판장엔 거의 내놓지 않는 것인가.

그 정도로 생버섯을 못 팔아 쌓이는 수준도 아닐뿐더러 저희처럼 참나무 원목 버섯의 경우 대량 생산 자체가 안 된다. 또한 소득도 크지 않고 양도 많지 않은 생버섯보단 2, 3차 가공 후 내놓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굳이 생버섯 판매에 집중할 이유는 없다.

매출과 제품 소개를 해준다면.

매출은 평균 연 2억원 정도를 찍는다. 저희는 표고버섯만 취급하는데 선물세트가 1~8호까지 있고, 가공식품 분말, 등급별 건버섯(통버섯) 5종, 슬라이스 1종, 생버섯 4종이 있다.

'표고'와 '참나무 원목'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일단 표고는 식용 버섯들 중 상위 식품이다. 그리고 배지에서 기른 버섯과 참나무 원목에서 자란 버섯의 품질 차는 엄연히 다르며 때문에 가격 차도 그만큼 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한국이 24년 만에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버섯, 특히 생버섯은 유통 기한이 짧아 동아시아 외 지역에선 대량 생산을 잘 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 입장에선 중국이 가장 큰 경쟁국이고 일본과 대만이 그 다음이다. 말씀하신 개도국 지위 포기 상황에서 버섯 수출을 대량으로 하면 관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버섯은 국내 유통이 대부분이라 큰 영향은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중국 등에 수출할 땐 그만큼 품질과 가격 비율을 높이는 '고급화 전략'을 쓰면 될 일이다. 글로벌 경쟁을 막을 수는 없으니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가. 역시 시골 생활의 꽃은 '여유'와 '자유' 아닐까 싶은데.

생각만큼 그렇진 않다.(웃음) 실제 은퇴 앞두신 분들이 종종 귀농 후 생활을 물어오시는데, 사실 시골 생활도 도시에서만큼 바쁘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은 월급 받는 만큼 맡은 일만 하면 되는데 시골에선 수익을 위해 혼자 거의 모든 일을 해야 하니, 도시만큼 힘들면 힘들었지 덜 하진 않다. 실제 여기 살면서 농촌 생활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고 왔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귀농할 땐 준비와 각오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다. 도시처럼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누리는 일이 시골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귀농 땐 늘 '공동체' 생활을 염두에 두고 와야 한다. 이곳에선 이웃이 곧 경쟁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인표고버섯농원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들. 화인표고버섯은 가공 저장 시설 100평과 생산하우스 1500평 규모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자동화 시스템에 관한 얘길 들었다.

좀 알아봤는데 작물에 따라 스마트팜을 할 수 있고 없고 차가 컸다. 저희 경우엔 온도 조절 장치 정도는 가능한데, 일단 스마트팜화를 시키면 인건비 관련이 아니다 보니 생산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더라. 그래서 참나무 원목 표고를 다루는 우리 입장에서 당장은 힘들 것 같다. 혹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가공 포장은 자동화를 생각 중이지만 생산에서 스마트팜화는 기술적,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생산보다 마케팅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요즘엔 기술 보급이 워낙 잘 돼 있어 농사 짓는 건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판로인데, 농산물 자체가 대체로 과잉 생산이다 보니 작물들을 갈아엎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팔아내는 건 결국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공판장에 물건 쌓아놓고 생산가도 못 건지는 것보단, 직접 나가서 고객을 확보하고 또 그렇게 직거래를 해야 가격도 저렴해져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만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젠 농민들도 농사만 지을 게 아니라 멀티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합천군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위탁 판매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제가 영업을 다니면 표고 한 품목 갖고만 한다. 기업 입장에선 선택지가 하나 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합천군에 있는 다른 생산농가들과 협의해 윈윈 차원에서 여러 품목을 함께 영업하는 걸 생각했다. 현재 합천파머스가 있지만 조합에는 아직 전문 영업인이 없고, 인터넷 시장 개척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수익이 생겨야 투자를 하는 법이니, 한 사람이라도 직접 영업을 하면서 합천파머스와 군을 알려나가면 좋으리란 판단을 했다. 저 역시 합천군 소속이니 아무래도 군과 합천파머스가 경쟁력이 생겨야 저도 혜택을 보지 않겠나.(웃음)

앞으로 계획은.

일단 지금보다 좀 더 세련된, 소비자가 원하는 거에 맞춰 제품을 변화시키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표고 뿐 아니라 합천파머스 물건들을 전국에 유통할 수 있도록 합천 제1의 유통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김성대 기자 사진제공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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