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청에서 친환경 바나나 농사를 짓는다 (1)
나는 산청에서 친환경 바나나 농사를 짓는다 (1)
  • 강승훈
  • 승인 2020.02.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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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4-H 강승훈 회원
산청 4-H 강승훈 회원

저는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말, 방학이면 어김없이 부모님의 일을 도와야했고 학기 중, 심한 경우에는 시험기간에도 농장에 불려가 농사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저에게 농업이란 힘들고 귀찮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대학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그 전공을 살려 베트남 현지 한국기업에서 자재구매, 수‧출입 통관, 외주업체 관리업무를 했습니다. 2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하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 수익, 발전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농업분야에 뛰어들어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열심히만 한다면 지금 받는 연봉보다는 훨씬 더 벌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국한 후 부모님의 파프리카 농장에서 5년 동안 농사를 배운 후 영농창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부모님에게서의 독립

파프리카 농사를 승계하면, 영농기술이나 농장 관리 및 경영, 판로확보 등 많은 측면에서 수월하게 시작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프리카의 공급초과/수 요위축의 고착화로 인하여 부모님께서도 대체작물을 모색하고 계신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향인 제주 도에서 바나나 농사를 짓고 있는 지인의 도움과 30년 전 부모님이 직접 바나나를 재배해보셨던 경험, 기후 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한 아열대 작물 재배에 대한 경 상남도의 관심이 어우러져 재배작물을 바나나로 결정 하게 되었습니다.

■ 좌충우돌 정착기

재배작물을 바나나로 결정한 후 입지선정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부모님의 파프리카 농장이 위치한 진주시 대곡면에서는 바나나 재배에 필요한 면적만큼의 부지를 확보하기 힘들었습니다. 진주시의 다른 면들, 인접 시‧군을 뒤지면서 재배적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버섯재배를 하시는 친구의 아버지의 소개로 지금 농장이 위치한 산청군 생비량면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시설하우스가 거의 없어서 농장의 확장이 용이할 것 같았고, 청정지역인 산청이 가진 환경적인 장점이 앞으로 재배할 친환경 바나나와 시너지효과를 낼 것 같아서였습니다.

바나나는 대략 5.5미터까지 자라는 식물이라 시설의 크기가 엄청나,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첫 번째 바나나온실은 부모님의 도움과 농자재회사에는 외상, 제 개인투자로 지어졌습니다. 저는 첫 번째 바나나온실에서 바나나가 생산되고, 두 번째 온실을 증축하려는 과정에서 청년창업농으로 선발되어 청년창업농 자금 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청년창업농 대상 컨설팅 위원인 경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추가 자금을 융통한 후 두 번째 바나나온실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바나나를 재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모님이 알고계시는 30년 전의 재배기술은 시간이 흐름에 뒤쳐진 기술이 되어있었고 저는 제주도를 수십 번 왕복하면서 새로운 바나나 재배기술을 배워야만 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강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