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주 대표 치킨" 조커닭 안정식 대표
[인터뷰] "진주 대표 치킨" 조커닭 안정식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20.01.28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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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토박이...23살 때부터 사업 시작
유통업통해 '남에게 고개숙이는법'배워
2017년 조커닭 창업...본점 월매출 '1억'
"실전과 경험을 강조" 백종원이 롤모델
"고객이 답. 조커닭으로 진주 알리고 싶어"

국립 경상대학교가 있는 진주시 가호동 '조커닭' 안정식 대표는 진주에서 나고 자란 진주 토박이다. 23살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그는 휴지 대리점, 프랜차이즈 노래방, DVD감상실 등을 운영하며 "남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배웠다. 팬티 두 장, 양말 두 켤레를 넣은 베낭을 메고 수도권과 광역시 상권 분석을 틈틈이 해 2015년부터 치킨 사업에 뛰어든 그는 모 유명 프랜차이즈와 스스로 개발한 칠리스치킨을 거쳐 2017년 5월 지금의 조커닭을 세우게 된다.

과거 가맹점주 때는 "치고 빠지는 게 장사"인 줄 알았던 안 대표는 조커닭을 운영하며 비로소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 고객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 진정한 장사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잦은 메뉴 교체, 수시로 여는 이벤트가 다 그런 '고객 중심 경영'의 일환이었고 그는 지금도 같은 방침, 철학을 지켜나가는 중이다.

조커닭 본점은 월 매출 1억 원을 자랑한다. 안정식 대표는 자신처럼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질 없는 가맹'을 누릴 수 있도록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단, 가맹점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선 가맹점주들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주인 정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래야만 전국 '조커닭 1000호점' 꿈이 모두의 꿈이 될 수 있고,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 모두가 웃을 수 있다. 진주의 대표 치킨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치킨을 바라는 안정식 조커닭 대표를 만났다.

가호동 조커닭 본점 앞에서. 사진 가운데가 안정식 대표, 양쪽에 선 청년들은 안 대표와 5년째 동고동락 중인 직원들이다. 사진=안정식 제공.

사업에 뛰어든 건 언제였나.

23살 때. 부모님의 도움을 안 받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부도난 물류 납품 대리점을 인수해 거래처 8개부터 시작, 7년 동안 150군데로 늘렸다. 여름에 티셔츠 두 장 갖고 점심 시간에 갈아 입어 가며 정말 죽기살기로 했다.

그 시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뭘까.

남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배웠다. 다니다 보면 얼굴도 명함도 안 보고 퇴짜 놓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늘 생각하며 살았다.

생각의 결론은?

치킨 프랜차이즈였다. 사실 2015년도에 칠리스치킨을 열기 전 모 프렌차이즈 가맹점주 생활을 좀 했었다. 하지만 장사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업계 생리는 생각보다 살벌했고, 수익도 마음처럼 안 나 첫 가맹점은 금세 접었다.

그리고 만든 브랜드가 칠리스치킨인가.

그 길로 치킨 가게를 하고 있는 주변 선후배들을 찾아가 기본부터 배웠다. 기존 브랜드와는 계약을 해지해 간판을 쓸 수 없었고, 새 간판을 만들자니 자금이 부족했다. 그래서 첫 20일 동안은 간판 없이 장사를 해야 했다. 이후 수제 메뉴가 반응을 얻으면서 '치킨 맛집'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칠리스치킨은 조커닭의 전신이었던 셈이다.

맞다. 제가 직접 구상해 만든 개인점이었고 3년간 운영했다. 수익 구조를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됐다.

조커닭은 언제 태어났나.

2017년 5월 10일 상표등록을 했다. 칠리스치킨 때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두 달을 준비해 가좌동 본점으로 문을 열고, 한 달 동안 (손님들) 줄을 세웠다. 아무래도 이전 가게를 하면서 깨달은 점, 이를테면 저렴한 가격에 양은 많고 기왕이면 '새로운' 장소였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왜 '조커'인가.

트럼프 게임에서 조커는 가장 강한 패이면서 어떤 패를 대신 할 수도 있는 열외의 패이기도 하다. 조커닭도 그런 존재이고 싶다. 또한 조커는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유명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다. 조커닭을 설명하는 '입이 찢어지는 즐거움'이라는 문구는 바로 거기서 가져온 것이다.

조커닭 대표 메뉴들. 조커닭의 메뉴는 다양하다. 안 대표는 바로 그 '다양함'이 지금껏 조커닭을 유지시킨 비결이라고 말한다. 사진=안정식 제공.

조커닭을 준비하며 특별히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치킨 사업을 하기 전 틈틈이 팬티 두 장, 양말 두 켤레 넣은 베낭을 메고 수도권과 광역시를 다녔다. 다니면서 상권 사진을 찍거나, '임대'가 붙어 있는 가게는 왜 비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 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눈에 띄는 가게의 월세, 보증금을 알고 싶을 땐 인근 부동산에 연락해 알아내기도 했다. 

조커닭의 메뉴와 이벤트는 타 브랜드에 비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손님들이 원하는 것에 실시간으로 맞추려 노력한다. 주위에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서면 곧바로 매출에서 표가 나기 때문에 늘 변화를 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그래서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이고 메뉴와 배너도 수시로 바꾸는 쪽이다. 대학가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전부터 20대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해왔고 실제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가게들은 늘상 생기는 터라 현재로서도 감을 잡았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도 헤쳐나가야 할 과정이고 숙제다.

배달과 홀 매장을 겸하고 있다.

배달은 개업하고 1년 여 지나 도입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홀 매장이고 배달 전문점이 아니기 때문에 배달이 주력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점의 평균 매출과 직원 수를 공개해줄 수 있나.

매출은 월 1억 원 정도, 직원은 상근 2명에 아르바이트생을 수시로 고용하고 있다.

피규어를 모으는 게 취미라고 들었다.

좋아했지만 6년 전에 끊었다. 많을 땐 3, 4천만 원어치 이상 보유했던 적도 있다.

'진주에 기반한 브랜드'라는 건 조커닭에 장점일 수도 있지만 특정 지역성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조커닭은 어쨌든 진주의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가 되고 싶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심한 정부 규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입장에 서다 보니 가맹점주 때와는 또 다른 고민들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특정 지역성의 경우, 실제 타 지역 가맹점으로부터 박스 글귀 중 '진주'는 빼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아직은 양보하며 맞춰나가야 할 부분이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시대라고들 한다.

힘든 면에선 자영업자와 직원들이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맞겠다. 잘 하는 사람에겐 시급 만 원이 아니라 2만원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직원도 있다는 사실이 현행법 아래선 간과된다. 지금으로선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설 곳이 없다.

진주시 칠암동에 있는 (주)코코브릿지 사무실 전경. 사진=김성대 기자.

(주)코코브릿지(COCO BRIDGE)는 어떤 곳인가.

소자본 업자들이 저처럼 힘든 길을 밟지 않아도 되도록,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를 경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3~4년 전부터 해왔다. 샵인샵까지 포함해 현재까지 17개 조커닭 가맹점을 열었다. 아내 말처럼 이 가맹점들은 모두 제가 책임지고 함께 가야 할 내 가족이고 식구다. 작년 7월 법인 등록한 코코브릿지는 그런 와중에 좀 내려놓고 천천히 가려는, 그러면서 브랜드 기반을 더 다지려는 제 작은 의지로 보시면 되겠다. 코코의 'CO'는 'Corea' 즉, 한국(Korea)을 뜻하고 또 다른 'CO'는 협력(Cooperation)을 의미한다. 브릿지(Bridge)는 말 그대로 다리다. 한국의 대표 치킨이라는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다리가 바로 코코브릿지다. 혼자 하면 빨리는 하겠지만 지속성이 떨어진다. 일이 지속되려면 여러 명이 함께 해야 한다. 현재 코코브릿지 사무실에는 조커닭을 비롯해 디자인 코코, 향기와 멋, 바다품은식당, 배움쿠킹까지 총 5개 브랜드가 입주해 있다.

언제 가장 힘들었나.

사실 지금이 제일 힘들다. '규모의 경제'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의 저희 브랜드는 일단 약자다. 가령 소스 공장과 협상만 봐도 주문량이 적으니 단가가 비싸다.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일벌레로 알려져 있다.

(웃음)그런가. 하루 3~4시간 자면서 살아오긴 했다. 

가맹점들 중 가장 잘 되는 곳은 어딘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부산 대연점. 13평 매장인데 배달만으로 월매출 4700만 원을 찍고 있다. 이곳을 보며 느낀 건 잘 배우고 간 사람이 역시 잘 하더라는 거다. 대연점주는 진주본점에서 1년 동안 일을 배우고 갔다. 

가맹점주와 가맹대표를 다 겪어본 입장에서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문을 닫고 골목가게가 손님 줄을 세우는 현상은 결국 사장님들의 성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사장이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브랜드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언젠가 제 아내가 "직원 감시 말고 고객 눈 높이에 맞추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새겨 들을 말이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치킨집을 실패해 다시 치킨집을 엽니다"라는 글을 봤다. 대한민국에 그만큼 치킨집이 많다는 얘기일 거다.

그게 바로 제가 치킨브랜드를 열게 된 계기다. 제 생각에 한국에서 삼겹살과 치킨집은 제가 죽을 때까진 안 망할 것 같다.(웃음) 하나 망하면 둘이 생기는 게 삼겹살과 치킨집이니까. 위기는 곧 기회다. 

조커닭 부산 대연점 모습. 13평 배달전문점인 이곳은 배달만으로 월 4700만원 매출을 올린다. 대연점주는 진주본점에서 1년간 일을 배워 갔다. 사진=안정식 제공.
조커닭 부산 대연점 모습. 13평 배달전문점인 이곳은 배달만으로 월 4700만원 매출을 올린다. 대연점주는 진주본점에서 1년간 일을 배워 갔다. 사진=안정식 제공.

가맹 조건 등에서 조커닭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특별한 조건은 없다. 단, 의지가 있는 사람 또는 의욕적으로 해나갈 분에게 내주고 싶은 건 있다. 돈이 부족해도 내 일처럼 하는 사람이 조커닭엔 필요하다. 그리고 제가 예비 가맹점주들께 늘 드리는 말이 있다. "매출 보장은 못 해 드립니다. 하지만 원가율만은 반드시 지킵니다."

메뉴가 너무 다양해 조커닭을 치킨브랜드라 생각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조커닭은 바로 그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 여태껏 조커닭을 새벽 늦게까지 운영할 수 있었고, 조류독감이 와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건 2만원 이하로 3~4가지 메뉴를 골라담을 수 있는 조커닭만의 구조 덕분이었다.

혹시 롤모델이 있나.

백종원 씨다. 그의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배울 점들이 많다. 예컨대 홍콩반점의 경우 '맛의 평준화에서 내가 이길 수 있는 게 뭘까' '이 가격에 팔면 누구도 날 못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에는 현실에 대입할 요소들이 여럿 있다. 제 경우 '3가지 맛을 2만원 이하 가격(1만7천원)으로 즐길 수 있다'는 조커닭의 가격 정책에 그것을 응용했다. 백종원 씨에게 장사는 곧 실전이요 경험이다. 그는 돈을 떠나 현실적이고 언제나 고객의 눈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그 점이 좋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힘들어하는 소자본 창업자 분들께 희망을 주고 싶다. 저처럼 힘든 과정을 안 거치고 '갑질 없는 가맹'을 그 분들이 누릴 수 있도록 제가 디딤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제가 꿈꾸는 걸 당장은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언젠간 진주 대표 치킨이 되고 싶고, 나아가 조커닭을 대한민국 대표 치킨으로 만들고 싶다. '조커닭 1000호점'으로 바잉 파워, 브랜드 파워를 일으켜 내 고향 진주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받은 걸 고객에게 돌려줘야한다는 생각, 고객이 답이라는 생각을 늘 새기며 살리라는 것이다. 바로 조커닭의 철학이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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