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0] "꽃을 마시며 나누는 느긋한 담소" 합천 '꽃, 담화' 이규연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20] "꽃을 마시며 나누는 느긋한 담소" 합천 '꽃, 담화' 이규연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20.01.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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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대산면 출신, 직장 생활 접고 귀농
경남 고성 바닷가 생활 안 맞아 합천으로
꽃차에 중점. 블루베리, 아로니아도 함께
"2020년은 브랜드를 알리는 해로 생각"

창원시 대산면 출신인 이규연 씨가 처음 귀농한 곳은 남해를 낀 경남 고성이었다. 때는 2009년도. 블루베리 농사로 귀농 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그러나 바닷가 공기는 맞질 않았다. 1년 동안 몸무게 20kg이 빠졌고 이 씨는 이듬해 말 합천군에 새 둥지를 트게 된다. "합천 공기에선 단내가 났어요." 바다의 짠내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했다.

미디어팜과 인터뷰 중인 '꽃, 담화' 이규연 대표. 사진=김성대 기자.

부모님을 따라 간 서울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생활한 이 씨는 창원에서 전자제품 서비스센터 등 직장을 다녔고 운전업도 했다. 고성을 거쳐 연고도 없는 합천으로 와 그가 공을 들인 건 바로 꽃, 구체적으론 '꽃차'다. 고성에서 짓던 블루베리 농사도 물론 병행하고 있고, 지난해엔 수확도 늦출 만큼 가격이 맞지 않았던 아로니아 농사도 상황을 보고 있지만 지금 이 씨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어쨌거나 꽃차다.

전국꽃차협회에서 인증하는 꽃담화마스터 1급 자격증을 가진 아내와 꽃차소믈리에 1급을 가진 이규연 씨가 함께 운영하는 꽃차 브랜드 이름은 바로 '꽃, 담화'. '꽃'과 '담화' 사이에 쉼표가 붙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꽃을 담다' 또는 '담소,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아주 느긋한 상호다. "꽃을 마시면서 서로간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은 이 이름은 이 씨 부부가 딸들과 의논해 만든 것이다.

'꽃, 담화'의 꽃차는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겐 닿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을 "'꽃, 담화'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해"로 삼을 예정이라 말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꽃, 담화'의 꽃차는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겐 닿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을 "'꽃, 담화'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해"로 삼을 예정이라 말했다. 사진=김성대 기자.

"농지 규모는 임야 포함해 1만평 정도 됩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따주면 따줄 수록 피어나는 메리골드는 직접 심는 꽃이고 구절초, 산국, 맨드라미, 목란 등은 야생화에 속하죠. 평소에도 뽕잎차, 덖음차를 즐겼는데 꽃차에 관심을 가진 건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드네요. 취미로 즐기다 노후를 위해 사업으로 확장한 경우라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이규연 대표

꽃, 담화에선 계절별로 30~40가지 꽃차를 취급한다. 그동안 아는 사람들에게만 소개해오던 것을 이제부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지금 이 대표는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점, 더불어 몸에 좋고 커피에 비해 오래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겐 꽃차가 효자다. 하지만 꽃, 담화는 아직 정식 판매엔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름처럼 이규연 대표는 자신이 선택한 향기로운 사업에서 당장의 이익보단 두고두고 오래 갈 수 있는 운치와 여백의 가능성을 더 기대하고 있다. 

이규연 대표의 농지는 임야 포함 1만평에 이른다. 꽃 중엔 메리골드 정도만 직접 심고 나머지는 야생에서 채취한다. 종류는 30~40여 가지에 이른다. 사진=김성대 기자.
이규연 대표의 농지는 임야 포함 1만평에 이른다. 꽃 중엔 메리골드 정도만 직접 심고 나머지는 야생에서 채취한다. 종류는 30~40여 가지에 이른다. 사진=김성대 기자.
이규연 대표의 농지는 임야 포함 1만평에 이른다. 꽃 중엔 메리골드 정도만 직접 심고 나머지는 야생에서 채취한다. 종류는 30~40여 가지에 이른다. 사진=이규연 제공.

"노후를 위해 하는 거라, 올해는 서둘지 않고 어떻게든 브랜드를 알리는 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꽃차의 효능요? 목련은 기관지에 좋은 걸로 알려져 있고 구절초는 한약재로도 많이 쓰고 있죠. 산국은 두통에 좋고, 색과 향이 그만인 메리골드는 피를 맑게 해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꽃차는 눈과 혀, 마음 뿐 아니라 오장까지 만족시켜주는 차인 셈입니다." - 이규연 대표

"꽃을 만짐으로써 온화해지고 기분도 좋아지며 정신수양도 된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산을 타 자연에서 채취한 자신들의 꽃차에 '합천의 공기'가 담겨있다고 강조한다.

"제가 느껴봤으니까요." 실제 그는 고성에서 잃었던 20kg 중 10kg을 합천 생활 2년 만에 되찾았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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