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12] '체르노빌의 기적' 아로니아에 승부를 걸다! 합천 '사람과 흙' 최미옥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12] '체르노빌의 기적' 아로니아에 승부를 걸다! 합천 '사람과 흙' 최미옥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11.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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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건설업에 종사하다 2014년 남편과 합천 귀농
"잘 가꾸면 100배 이상 되돌려주는 아로니아에 반해..."
적극적 연구, 끊임없는 질문 통해 고품질 아로니아 지향
2018 '한국 신지식인' 상 수상...진취성, 공유성 인정받아

합천군 '최미옥 아로니아' 최미옥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합천과 연고가 전혀 없던 그는 부산 근교에서 마음 편히 보낼 곳, 이를테면 주말 체험농장이나 힐링할 장소를 찾다 이곳에 이르렀다. 그는 합천이 좋았다. 황강의 경관과 수려한 산세는 최 대표가 합천을 수 십 차례 찾는 동안 똑같은 포근함을 안겨주었다. 조금씩 구체적인 귀농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2012년부터 최 대표는 부산과 합천을 오갔고, 2013년에 합천에서 땅을 사들였다. 합천으로 완전히 터를 옮긴 건 2014년도로, 최 대표는 올해로 남편과 함께 귀농 6년차에 접어들었다.

최미옥 대표는 귀농한 그해 1월 4일에 3년생 아로니아 묘목을 처음 심었다. 겨울에 나무를 심는 건 드문 일로, 사실 그가 농사를 시작한 건 이른 수확도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자연의 순수한 가치, 하나를 주면 100배 이상을 되퍼주는 아로니아의 원리와 구조에 반해서였다.

합천군 용주면에 있는 '사람과 흙' 사무실에서 미디어팜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미옥 대표. 사진=김시원 기자.
합천군 용주면에 있는 '사람과 흙' 사무실에서 미디어팜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미옥 대표. 사진=김시원 기자.

-토목과 농업의 시너지를 위해

"저희는 농촌 생활을 아주 밑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텐트 생활부터 컨테이너, 모텔방을 지나 1년 동안은 월세도 살았죠. 이렇게 살아도 귀농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지 스스로 시험을 해본 겁니다. 처음엔 돈이 아닌, 그저 '열매를 따서 먹을 수 있겠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아로니아를 심었어요. 농업을 잘 몰라 온 힘을 다해 일을 했죠. 특히 아로니아가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 그 살아있는 모습과 잘만 가꾸면 100배 이상 돌려주는 아로니아의 메커니즘에 반했습니다. 조용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자연의 가치, 그 자체에 반한 거죠." - 최미옥 대표

최 대표의 전공은 토목이다. 지하철, 공항 등 큼지막한 공사들을 주로 맡은 한 시공사 현장 소장이었던 남편과 함께 그는 공무, 현장관리, 설계 일을 하던 잘 나가는 업계 프리랜서였다. 두 사람은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자신들의 전문 분야와 새롭게 접목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업 영역을 펼치길 원했는데, 개발 가능성이 있는 합천은 그들에겐 최적지였다. 단순하지 않고 종합적인, 그러면서도 단단한 기반 위에 토목과 농업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들에겐 보였던 것이다.

'최미옥 아로니아'는 최 대표가 직접 만든 아로니아 브랜드 이름이다. 아로니아를 수확하는 농장 이름은 '사람과 흙'으로, 농장주는 최 대표의 남편인 공태건 씨다. 사진=김성대 기자.
최미옥 대표 부부의 친환경 아로니아 농장은 총 6,200평 정도다. 최대 수확량은 15톤 가량. 비슷한 규모 타농장에선 40톤 정도 수확을 하는데, 여기에서도 최 대표의 실험정신과 완벽주의를 읽을 수 있다. 사진=최미옥 대표.

-아로니아, 86년 체르노빌 원폭 '유일 생존 식물'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때 '유일 생존 식물'로서 생존자 치료제로도 쓰인 아로니아. 최 대표에게 아로니아는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고령화시대에도 롱런할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었다. 아로니아는 그 자체 최 대표의 원초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최 대표는 '정말 내가 키워도 그런 식물일까'라는 질문을 푸는 과정으로서 농업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농업은 그로선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이어서 처음엔 남의 말만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최 대표 부부는 끊임없이 나무를 자르고 열매를 버리면서 경우의 수에 따른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시기와 나무 형태, 땅 형태 등 5개 별로 따로 심은 아로니아는 모두 달랐다. 1년을 가꾼 그것들은 최 대표 부부에겐 5년치 자료로 기능한 것이다. 그들은 실제 감행하는 실험이 통함을 알아가면서 자신들이 가는 길이 맞다는 것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었다.

"저희에겐 '사람과 흙'이라는 6,200평 친환경 농장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농장은 아니었죠. 초기엔 나무 간격 0.6~1미터, 골 간격은 1.2미터 내외로 심으라며 업자가 묘목들을 가져왔는데, 심고 나서 보니 나무 간격과 골 간격이 아로니아가 자라기엔 너무 좁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심었습니다. 아로니아 나무가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나무 간격은 1.8~2미터로, 골 간격은 2.8~3미터로 널찍하게. 토목하는 사람들은 초기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습이 안 된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저희는 몇 년 간 묘목 관리에 정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투입 했습니다. 체르노빌 원폭 현장에서 아로니아 얘기도 사실 기온, 토양상태, 습도가 모두 다른 한국에선 적용할 수 없는 얘기거든요. 전 뭐든지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연구를 계속 했죠." - 최미옥 대표

항당뇨 효능이 있는 고품질 아로니아 재배방법 특허증.
현재 최 대표가 당뇨 환자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슈퍼케어 강렬' 샘플. 관련 특허출원 및 재배방식 특허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최 대표는 또한 당뇨 환자들의 증언에 바탕 한 혈당 수치 자료 정리도 거의 끝냈고, 혈당 관리 앱 개발도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있다. 사진=김성대 기자.

최 대표는 아로니아가 나아지는 걸 직접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아로니아란 사람에게 이로워야 하는 식물로, 아로니아에 그런 이로움이 없다면 아로니아라는 식물의 소명은 물론 최 대표 자신의 소명도 이미 다한 것이다. 이 연결고리, 이것이 완성되지 않으면 아로니아 농사를 시작할 이유가 없었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2018 한국 신지식인 수상

최 대표는 최고경영자과정과 경남과기대 창업대학원,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선도대학을 두루 거쳤다. '사람과 흙' 농장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보육기업에도 선정됐다. 최미옥 대표는 다지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무엇이든 바닥부터 단단하게 채우면 결합을 통해 승(昇)으로 간다고 믿는 그는 매사 미흡하거나 궁금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가령 아로니아의 탄닌에 꿀 속 무기질을 섞으면 화학적으로 제로가 돼 사실상 영양분이 없어진다는 걸 그는 경험으로 알았다. 그가 아로니아에 꿀 대신 메이플 시럽을 넣는 이유다. 자신이 만들면서 스스로에게 시험까지 해본다는 최 대표는 소비자의 몸이 오롯이 아로니아의 효능을 볼 수 있도록 인체 흡수 프로세스까지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최미옥 아로니아'라는 완전체가 만들어지기 전 단계의 숨은 노고, 노력들은 결국 해외의 상단 리더 그룹들에게 "더는 퀄리티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냈다. 최 대표는 지난해 한국 신지식인 상도 받았다.

"한국신지식인협회에 제안서를 넣고 면접을 봤습니다. 무형문화재, 대통령상 수상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후보로 온 그 자리에서 솔직히 제가 신지식인이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저 협회에서 제 실행력과 추진력, 그리고 공유성을 높이 사주신 것 같았습니다. 토목에서 농업으로, 완전히 다른 파트로 넘어왔음에도 짧은 기간 안에 구상하고 계획한 걸 실행한 부분에 좋은 점수를 주신 거죠. 그렇게 자신의 길을 가면서 종합적인 방향을 분석하고 빨리 꿰뚫어내는 그런 것들을 주목해주신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공유성인데, 흔히 명장이나 명인들은 자기 것에 몰입하는 나머지 공유가 쉽지 않은데 저는 사람들과 자주 공유하는 편이죠. 그렇게 신지식인에 선정된 겁니다." - 최미옥 대표

2018년 4월 27일 최미옥 대표는 진취성과 공유성을 인정받아 '한국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사진=김성대 기자.

-아로니아 시장 90% 폴란드 이기려면 '고품질 제품' 필요

안티에이징(항노화)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폴리페놀이 블루베리보다 5배 가까이 많이 든 아로니아는 한 가지 색(1色)과 세 가지 맛(3味)이 어울릴 때 그 성분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색'이란 붉은색으로 폴리페놀류와 안토시아닌인데 이들은 항산화력과 건강효능을 가진다. 맛은 떫은 맛, 새콤한 맛, 그리고 달콤한 맛이다. 떫은 맛은 폴리페놀류와 카텐킨 및 탄닌, 클로르겐산으로 심혈관계와 면역계에 도움을 준다. 구연산과 천연비타민이 가진 새콤한 맛은 간해독에 도움을 주며, 달콤한 포도당과 과당은 위장분비, 배설능력을 돕는다. 

최 대표는 그렇게 7년을 자란 아로니아 나무 열매가 맛있었다고 했다. 1년을 더 산 8년생 맛은 그 위였고, 당도 23브릭스를 기록(보통은 12~13브릭스)한 9년생은 그 맛의 절정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최 대표는 이 아로니아들을 전량 수확해 저온숙성 중이라고 했다. 저온숙성 된 아로니아들은 12월 중순~말경에 가공될 장소로 간다. 이로써 아로니아 원재료 시장 90%를 장악하고 있는 폴란드와 승부를 펼쳐볼 여건이 마련된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엔 아로니아의 생명력에 반한 한 사람의 끈기와 노력이 있었다. 최 대표는 과거 아로니아를 제대로 관리 못했을 땐 1톤을 통째로 버린 적도 있다. 그는 "내 길이 맞다기 보단 일단 해보는" 주의다. 해본 뒤 잘 된 건 취하고 못 된 건 버린다. 그런 그가 요즘엔 당뇨에 주목하고 있다. '최미옥 아로니아'를 먹어본 사람들이 한 가지 공통된 얘기, 바로 "당뇨 약을 끊었다" "당뇨 수치가 떨어진다"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수치로 말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었다. 

'최미옥 아로니아'는 부단한 시행착오와 끈질긴 집념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아로니아를 활용한 고품질의 무언가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2, 3차 가공 제품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풀어보겠다는, 아예 생각 자체를 연 거죠. 저희 아로니아를 직접 소비하신 분들이 자신의 혈당 체크기를 근거로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니 자연스레 '아로니아의 강한 생명력=당뇨에 좋은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됐어요. 사실 아로니아는 당뇨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모두 관여하는데, 그런 맥락을 잡아 현재 일주일 프로젝트 형태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당뇨 환자들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저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제공하는 방식이죠. 라인 자체가 달라지는 만큼 제품 이름은 '슈퍼케어 강렬 라인'으로 정했습내다. 다음주 즈음 세트로 나올 예정이에요." - 최미옥 대표

'슈퍼케어 강렬 라인'은 사람들이 아로니아라는 식물을 다시금 주목하게 만드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최 대표는 말했다. 인간에게 심리적 위안을 줄 '최미옥 아로니아'는 이미 캡슐 형태 가공 등 해외 바이어들의 제안까지 받은 상태. 최 대표는 푸드케어로서 아로니아를 현대인들의 패턴과 트렌드에 맞춰 제공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로니아로 트렌드를 이끄는 이른바 '아로니아 트렌드 세터'인 셈이다.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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