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8] 합천 가공업의 산 역사 ‘합천생약가공영농조합법인’ 백문기 대표
[합천파머스 조합원 인터뷰 8] 합천 가공업의 산 역사 ‘합천생약가공영농조합법인’ 백문기 대표
  • 김성대 기자
  • 승인 2019.10.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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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가야면 출신...1970년대 합천4H 활동
1996년 합천생약 설립, 이듬해 약초가공공장 세워
60여종 약초 자체 재배, 주력 상품은 약초·꽃茶
2003년 ‘50만불 수출탑’상 수상...HACCP 도입
"약용작물 재배 등으로 합천 발전 작은 역할 하고파"

합천군 가야면 출신인 합천생약가공영농조합법인(이하 ‘합천생약’) 백문기 대표는 38년간을 합천읍에서 보냈다. 그는 1972년 합천 4H에 들어 76년 4H 회장을 지내고 군대를 갔다 와 약초 농사를 지으면서 유통업을 시작했다. 이후 1996년도에 지금의 합천생약을 설립해 이듬해 약초가공공장을 세웠다. 65년이라는 자신의 생을 오롯이 고향에서 보낸 백 대표는 현재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연합회장과 더불어 전국 농가 1000호 이상을 인증 심사하는 농림부 기관 ‘사)한국생약협회’ 회장직을 17대에 이어 18대까지 연임 중이다. “자연과 인간 삶의 동화”를 표방하며 2대째 우리네 전통차를 고집해온 백문기 대표를 합천읍 내곡길 합천생약 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합천생약가공영농조합법인 백문기 대표는 현재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연합회장과 사)한국생약협회장직을 함께 맡고 있다. 사진=김시원 기자.

합천생약은 약초로 출발한 회사다. 수입산이 있다 한들 지금도 일반 약초 60여 종은 자체 재배하고 있다. 요즘은 약초차를 주로 만드는데, 특히 감국으로 만든 국화차는 농림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국화는 직접 재배가 아닌 계약 재배를 한다. 약초들 경우엔 3년을 지어보고 미래가 보이는 것들에만 시간을 할애해 가꾸어나간다.

“저희 회사는 여태껏 재무제표를 다 가지고 있고, 늘 그대로 이끌어왔습니다. 제가 유통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바로 지금 정부 들어서입니다. 제품 자체가 팔리질 않으니 힘들 수밖에요. 그나마 김대중 정부 때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다) 운동’이라도 해서 괜찮았거든요. 매출은 지난 정부 말기 때 최고(50억원)를 찍었습니다. 합천 내 가공업계에선 저희 회사가 가장 오래됐죠. 자부심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한 부분입니다.” - 백문기 대표

말린 국화. 합천생약은 국화차로 농림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합천생약 브랜드 '산그리메' 야관문차 티백 제품. 

합천생약은 싱가포르, 미국 등 해외로 수출도 한다. 인터뷰 당일 백 대표의 아들인 실장은 마침 미국 출장 중이었다. 합천생약의 수출 호황기는 2000년대였다. 대구 모 무역회사를 통해 천초 등 약초를 일본 등지에 100톤 넘게 수출할 당시 백 대표는 매출 50만불을 찍으며 ‘제7회 수출탑’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무역이 개방되면서 매출은 예전만 못 해졌고, 지난해엔 반응이 좋았던 우엉차를 앞세워 달성한 20억원 남짓 매출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 백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유통이다. 차는 기호식품이다 보니 홍보와 판매가 쉽지 않고,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백 대표는 해썹(HACCP, 안전관리인증기준) 시설을 지난해부터 도입, 보다 안전하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두었다.

“아들(실장)이 차를 담당하고 약초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 아들은 지금 미국 출장 중이고요. 저희 회사 직원 수는 외국인들을 포함해 정규직만 12명입니다. 약초는 수입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은데요, 현재 60여 가지 약초들을 전자상거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차 경우엔 저희가 OEM 업체로서 80% 이상을 전문 도매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 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 백문기 대표

합천생약은 지난해부터 해썹(HACCP, 안전관리인증기준) 시설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합천생약을 대표하는 차 브랜드 이름은 ‘산그리메’다. ‘그리메’는 그림자의 옛말이고 그 안엔 ‘그리워하다’라는 뜻도 담겨 있다. 합천 가야산에 펼쳐진 국화차 또는 자연의 그리움을 품은 맛 즉, 생활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와 자연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이름이라고 한다. 백 대표는 자신이 국내에서 국화차 보급을 한 3~4번째 사람이라고 했다. 안동의 금국국화차, 하동의 쌍계제다, 고창 국화차 정도가 백 대표가 인정하는 국화차 브랜드들이다.

백문기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생약으로 출발한 만큼, 또 생약이 바이오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다고 인정되고 있는 만큼 생약과 관련한 좀 더 고차원적인 가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합천파머스에서도 회원들이 “거기(합천생약) 가보니까 배울 게 있더라” 식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합천생약을 가꾸는 일도 백 대표의 작은 목표이자 계획이다. 

백문기 대표가 일본에서 들여온 최신식 삼각티백 기계. 무려 2천200만개 이상 티백을 생산했다는 표시가 산그리메의 역사를 말해준다. 사진=김성대 기자. 
합천생약 차 브랜드 '산그리메' 로고 디자인.

“사실 제가 6년간 봉사활동에 매진하느라 사업을 많이 못 키웠습니다. 한국생약협회 회장 임기가 내년 말까지니까, 그 때까지 약용작물 재배가 합천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계약재배를 추진하는 등 여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합천은 과거 딸기나 축산(흑돼지) 외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농산물이 없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고향을 위해 뭐라도 역할을 해야겠단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 개인 것보단 합천에서 농사 짓고 가공업 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백문기 대표

김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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