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의 오늘의 식후경] 여름철 보양식은 역시 ‘하모’
[PSY의 오늘의 식후경] 여름철 보양식은 역시 ‘하모’
  • PSY
  • 승인 2019.07.2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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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했던 우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의 계절, 여름이 왔다.

여름을 잘 지내는 방법 중 하나는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것이다. 이 염천에 PSY가 선택한 보양식은 하모!! 다.

하모는 “아무거나 잘 문다”는 뜻의 일본말로 바닷장어중 입이 뾰족한 참장어를 일컫는다. 참고로 ‘아나고’는 붕장어, 뼈가 없는 ‘꼼장어’는 먹장어를 뜻한다.

먹장어가 회나 구이로 자주 먹는 음식이라면 하모는 회와 샤브샤브로 자주 먹는 보양식이다. 이 시기만 되면 미식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정도로 하모의 맛은 일품이다.

이 맛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여수시가 하모로 유명하지만, 간만에 나온 햇님이 좋아 노을도 볼 겸 근처 고성군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고성에 도착해 개인이 운영하는 수목원 ‘만화방초’에서 수국을 구경했다. 하지만 하모 생각에 수국은 보는 둥 마는 둥… 제목에 충실한 먹방이 더 급한지라 한 바퀴 둘러보고 하모집으로 유명한 고성군 삼산면 바닷가에 왔다. 방파제에 하모회 전문점이 즐비해 있는데, 이들 전문점은 다들 10월까지만 영업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하모를 맛볼 차례다. 오늘의 메뉴는 하모회다. 하모회는 살이 연할수록 더욱 맛있다.

손님상에 제일 먼저 나온 것은 특제 양념이 가미된 초장이었다. 그 초장을 나만의 스타일대로 콩가루나 고추냉이를 넣고, 토핑을 가미해 만들었다. 마치 개인의 기호에 따라 먹는 일종의 비빔회 같은 느낌이다. 강윈도 여행을 갔을 때 이까(오징어)를 야채와 초장에 버무려 내놓았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비싸고 양이 적은 걸 감추려는 상술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음식코드이고 누가 정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먹는 게 당연시 된 지라 큰 불만 없이 하모회를 맛보았다. 고단백의 장어를 꼭꼭 씹어 먹으니 그 고소함이 밀물처럼 올라왔다. 확실히 아나고회의 그 맛과는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회를 먹고 난 후 먹은 장어탕은 살과 뼈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와 든든함을 채워줬다. ‘가까이 있어 더 안 오지 않았던 고성군에 이런 숨은 맛이 있을 줄이야’.

고성군의 또 다른 먹거리를 찾으러 새우 양식장으로 출발했다. 아직 대하大蝦라 하기에는 작은 감이 있지만 PSY 는 어리고 연한 지금의 이른 새우를 좋아한다. 생으로 먹어도 좋고, 굵은 소금에 구워 먹어도 좋고, 타다끼로 살짝 그을려 초밥으로 먹어도 좋고, 어떻게 해도 맛난 것이 지금 계절의 새우다.

 

그래도 산지에 왔으니 팔딱거리는 새우를 소금 위에 올렸다. 새우살도 맛있지만 새우 대가리를 버터에 구워 나오는 것이 또 별미다. 새우성애자라 표현할 만큼 새우를 좋아하는지라 여기서 그치지 않고 1kg을 포장해 절친 셰프에게 오마카세(일본식 주방장이 알아서 요리해 내어오는 것)를 부탁했다. 셰프는 초밥과 새우튀김, 새우장까지 선보였다.

본격적인 대하철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PSY는 이상하리만치 철 이른 음식에 매력을 느낀다. 희소성을 좋아한다고 표현해야 될까. 영농기술의 발전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제철과일, 제철음식이란 말은 사실 요즘 없다. 7월말에 전어축제가 열리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전어는 가을의 대명사가 아닌가. 전어를 일찍 맛볼 수 있기에 반갑기도 하지만 마치 어릴 적부터 아끼던 고향의 맛을 빼앗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변하는 세상에 가장 잘 적응하고 즐기는 방법? 지금 당장 떠오르는 그 맛을 보러 달려가는 수밖에!

글·사진 P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