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마을숙원사업 위장 특정 업체 편의 제공 의혹
산청군, 마을숙원사업 위장 특정 업체 편의 제공 의혹
  • 김시원 기자
  • 승인 2019.07.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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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 한 곳도 없는 곳에 마을 숙원사업으로 포장공사
2016년 콘크리트 포장공사 1년 만에 아스콘 재포장
산청군 오부면에 위치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 농장 입구까지 아스콘 포장공사가 시행되어 있다.
산청군 오부면에 위치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 농장 입구까지 아스콘 포장공사가 시행되어 있다.

산청군이 마을 숙원사업으로 위장해 특정업체의 진입도로 포장공사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빈축을 사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산청군 오부면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신기마을 소규모 숙원사업으로 위장해 정작 마을과는 무관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의 농장 입구에서 대로변까지의 아스콘 포장공사를 시행했다는 것.

본지 취재결과 이곳은 민가가 단 한 곳도 없는 곳으로 유일하게 A흑돼지영농조합법인과 인근에 농경지 4000여 평이 경작되고 있는 지역에다 이마저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계단식 전답이라 경운기를 제외한 대형 농기계의 출입 및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곳으로 드러났으며, 대형차량은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의 사료 및 돼지 수송차량 외 통행 할 이유가 없는 농로에 불과해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도 남음이 있는 상태였다.

결국 산청군이 혈세를 낭비해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의 진입도로 포장공사를 대행해주었다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공사시행 당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과 B면장과의 유착의혹까지도 제기돼 의혹을 더욱 부풀리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은 사실상 산청군 관내에서 가장 열악하다고 할 수 있는 오부면의 명절을 비롯한 연말연시, 경로잔치 등 행사에 흑돼지 등을 무상으로 협찬하는 등 면사무소의 요구에 부응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문암골 진입도로 아스콘 포장공사는 오부면에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에 보은 혜택을 제공한 것이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또한 아스콘 포장공사 시행 불과 1년여 전 이미 그 장소에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했다는 사실도 특혜 논란을 부추기는 부분이다.

산청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경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시행했으나 차량 및 농기계 통행으로 도로의 파손 상태가 심했을 뿐만 아니라, 곳곳이 응급조치로 사용되고 있었고, A흑돼지영농조합법인 및 신기마을 주민 5농가 1만5200㎡의 농지경작에 어려움이 있어 2017년 신기마을 소규모 숙원사업으로 신청해 아스콘 재포장 공사를 시행했다’는 것.

 

아스콘 포장공사가 시행된 곳은 A흑돼지영농조합법인과 인근에 농경지 4000여 평이 경작되고 있는 지역이지만 농경지는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계단식 전답이라 대형 농기계의 출입 및 사용빈도가 높지 않고,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의 사료 및 돼지 수송을 위한 대형차량만 통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은 “문암골 농로는 지난 2016년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시행했던 곳인데 불과 1년여 만에 도로파손 상태가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군이 혈세를 투입해 다시 아스콘으로 재포장 공사를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농기계의 출입도 잦지 않은데다 민가조차 없어 차량의 출입마저 없다시피 한 지역인데 1년여 만에 도로파손 상태를 운운하는 것은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을 출입하는 사료 및 돼지 수송차량들에 기인한 것이다. 도로 파손 책임을 물었어야 했고, 원인자 부담금을 부과해서라도 포장공사 사업비를 부담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부면이 산청군 내에서 최고의 외진 곳이자 청정지역이었는데 돼지농장들이 줄줄이 들어서면서부터 몇 십 년간 환경오염은 물론 축산 집중지역으로 낙인이 찍히고 지가하락은 물론이거니와 수질오염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러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면민들에게 피해보상금을 지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군이 혈세 3000만 원을 투입해 아스콘 포장을 해준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명백한 특혜이자 민관유착의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기마을의 숙원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업체관계자와 신기마을 전·현직 이장은 친인척지간으로 마을 숙원사업으로 요청했다면 이장에게 배임 또는 직권남용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A흑돼지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돼지농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다 보니 지난 2007년 조합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12년여 간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마을행사 등에 흑돼지를 무상으로 제공해 왔다”며 “포장공사가 진행되기 전 도로상태가 열악해 농장은 물론 인근 농부들도 불편을 많이 겪었다. 이에 따라 마을숙원사업으로 아스콘 포장공사가 진행됐고, 지난 2016년에 콘크리트 포장공사가 진행된 곳은 하천정비작업으로 인해 약 10m 정도 포장했으며, 도로관련사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부면 관계자는 “행사에 흑돼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사실 등은 면장 부임 전의 일이라 알지 못한다”며 “도로포장은 이장협의회 등을 거쳐 마을숙원사업으로 진행됐고, 해당 도로는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이 사용하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 역시 그곳에 농지가 있어 도로를 사용하기에 특혜라 볼 수는 없다. 또 지난 2016년 콘크리트 포장공사는 없었고, 2002년 경 콘크리트 포장공사 후 2017년에 콘크리트 수명이 다돼 아스콘 재포장공사를 시행했다”며 산청군 자료의 '2016년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시행했다는 것'과는 상반되는 답변이 돌아왔다.

산청군 관계자 또한 “A흑돼지영농조합법인으로 인해 도로가 파손된 부분도 있었겠지만 전체적인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며 “A흑돼지영농조합법인만 사용하는 도로도 아니고, 도로 인근에 마을 주민들의 농지도 있기에 특혜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군으로서는 주민 편의를 위해 관내 도로를 유지·보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면단위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신청·접수 시 마을 이장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인지, 마을 주민 대다수의 숙원사업인지를 가려 제기된 의혹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숙원사업으로 위장된 특혜논란을 불식시켜야 민관유착의 오명을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김시원 기자